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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12. 2020

한 달만 살고 싶은 꼭꼭 숨겨진 명소

#2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궁금했다

이곳에서 한 달만 살았으면 좋겠어..!!


아드리아해의 파도가 무시로 드나드는 바다 위로 펼쳐진 아름다운 장소가 우리가 말하는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부분에 해당하는 뷔에스떼의 풍광이다.


   서기 2020년 7월 6일 오전 6시경, 우리는 아침 일찍 동이 밝아오는 바를레타 시내를 떠나 뜨라니 항구로 향했다. 하니는 우리의 여행 목적지인 뷔에스떼(Spiagge di vieste)로 떠나기 전 꼭 들러보고 싶었던 장소가 있었다. 뜨라니 항구에서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고 싶어 한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선도가 뛰어난 싱싱한 고등어를 구입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 손질을 하고 고등어조림을 만들었다. 


뜨라니 항구의 조용한 아침 풍경. 바캉스 시즌을 맞아 요트들이 대거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떠난 길.. 그곳은 이탈리아를 장화에 비교할 때 뒤꿈치에 해당하는 곳으로 평소 매우 궁금했던 장소였으며 지명은 뷔에스떼였다. 브런치를 열자마자 눈에 띄는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하니는 이곳에 도착한 다음 곳곳을 둘러보고 난 다음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한 달만 살았으면 좋겠어..!!


바를레타에서 뷔에스떼로 가는 여정은 이랬다. 거리는 대략 112 킬로미터에서 121킬로미터로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이동 시간은 2시간을 넘는다. 이유가 있다. 바를레타에서부터 만프렛 도니아(Manfredonia)까지는 주로 직선 도로로 이어지지만 만프렛도니아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구불구불한 바닷가 도로가 이어지는 것. 이때부터 아드리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지며 여행자의 시선을 빼앗게 된다. 빼앗기게 된다.


하니의 언어습관은 입에서 내뱉을 때까지 여러 번 곱씹고 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진심이었다. 나 또한 하니의 이 말에 200% 공감했지만, 바를레타로 이사 온 이유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으므로 그냥 희망사항 정도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바를레타로 이사 온 이유를 모르시는 분들에게 안내 삼아 말씀드리면, 하니의 그림 수업 때문에 바를레타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럴 일이 없다면 뷔에스떼를 뒤져 우리의 거처를 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바를레타에서 만프렛도니아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마게리따 디 사보이아 평원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뷔에스떼.. 그곳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끄트머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하얀 석회 암반 위에 두오모가 세워져 있고 역사지구(Centro storico) 주변으로 올망졸망 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이 마을은 아드리아해에서 끊임없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마을 중심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바람은 멎고 여기저기서 조용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이 마을의 전설을 따라 찾아온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는 곳. 


만프렛도니아 항구 옆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전설에 따르면 오래전 이곳은 어촌이었다. 그 마을에 아름다운 금발 소녀 끄리스딸다(Cristalda)와 그녀를 사랑한 삣쏘문노(Pizzomunno)가 살고 있었다. 둘은 사랑에 빠졌지만 운명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어느 날 저녁, 어부였던 삣쏘문노는 끄리스딸다를 찾아 나섰지만, 이미 그녀는 바다로 사라진 후였다. 어쩌면 그녀는 늘 바다로 떠나야 하는 운명을 지닌 삣쏘문노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바를레타 해변에서 늘 바라보던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의 실체를 처음 목격하고 기록을 남겼다.


그 후로 그는 결코 그녀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겁에 질려 망부석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00년에 한 번씩 사랑하는 사람과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돌아온다는 전설이 생겼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설화의 한 장면이 뷔에스떼 해변의 돌기둥에 서린 것. 날이 어두워지면 이곳을 찾는 괸광객들은 남녀노소 가족들 연인들이 삼삼오오 어우러진다. 저녁노을로 붉게 물들인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비노 비앙꼬와 후르뜨 디 마레 요리를 즐기면서 빼어난 풍광을 즐기는 것이다. 


뷔에스떼를 가는 기록의 구불구불한 바닷가 도로 곁으로 바라보이는 짙푸른 아드리아해..

이곳의 지명은 뿌뇨끼우소(Pugnochiuso)이다.


그들은 그 모습 그대로 뷔에스떼의 한 풍경이 된다. 하니도 그들처럼 이곳에서 한 달만 살고 싶은 것. 뷔에스떼를 홍보하는 블로그(IL BLOG DELLA POSTA)에서는 이곳을 최고의 해변이자 천국(Le spiagge più belle di Vieste: Baie e angoli di paradiso del Gargano)이라고 소개한다. 나와 하니는 이런 주장에 무조건 공감한다. 아니 공감했다.


뿌뇨끼우소에는 아름다운 해변과 가두리 양식장(Mariculture)이 있었다. 바다는 얼마나 짙푸른지..


우리가 둘러본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는 전혀 상상밖의 여행지이자,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명소였다. 이탈리아 전역 혹은 이탈리아를 버킷리스트에 담고 계신 분들이 눈여겨봐야 할 명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지난 7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이곳을 다녀왔다. 


비에스떼로 가는 길목에서 점심을 먹다가 남긴 기록.. 이곳의 지층이 산복도로 위에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전혀 뜻밖의 '박원순 서울시장 별세' 비보를 듣게 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안타깝게도 고인의 죽음을 두고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는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여행기를 끼적거리는 동안 동시에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불필요한 설도 정리해 볼 생각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히 정치판에 드리워진 안타까운 모습이랄까. 


뷔에스떼 해안을 둘러보는 동안 눈에 띈 아름다운 가로수가 눈길을 끌었다. 뒤로 보이는 등대가 작은 바위섬 위에 만들어진 퐈로 디 뷔에스떼(Faro di Sant'Eufemia / Faro di Vieste)이다.


나는 뷔에스떼를 다녀온 직후 하니와 다르지 않은 소회를 밝혔다. 기회가 닿으면.. 어쩌면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조국으로부터 잠시 멀어져야 하는 이유나 다름없다. 갇혀 지내면 눈에 띄지 않는 우리들의 행실이.. 조금만 더 거리를 두면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우리의 행불행을 결정짓는 일들이 부각되는 것. 지금 이 시간에도 사악한 무리들은 당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회개할 생각은 전혀 도외시한 채 호시탐탐 민족을 편 가르고 황칠하는데 몰두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언덕(Strada Provinciale di Mattinata_Vieste) 위에 서면 한 눈에 뷔에스떼 해안선의 풍광에 빠져든다. 이곳이 아탈리아 장화 뒤꿈치 부분이다. 곧 한 달만 살아보고 싶어한 하니의 바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우리가 한 며칠 사이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동안, 뷔에스떼 절벽 위 리스또란떼와 삣쎄리아 등지에서는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지켜줄 전설에 목말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생에 단 한 번 주어지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과 죽음의 여정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곳,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로 여행을 떠나시면 삶의 이정표가 명확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 것 같다. 당신의 삶을 아끼고 또 귀히 여기시라. 짧은 여행 긴 느낌은 계속 이어진다. <계속>



Italia, il tacco degli stivali era curioso
il 12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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