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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04. 2020

그곳에 가면 그림엽서가 된다

#13 아내를 유혹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요즘 세대의 사람들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면 즉시 거부 반응을 일으킬 게 분명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게 아니라 매일 매 순간 세상이 변하는 듯 한 현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초음속 시대애 살고 있다고나 할까.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바라본 지구별은 비루스의 전파 속도만큼 진단키트 공수 속도도 빛의 속도에 이를 만큼 빠르게 대항하는 시대가 됐다. 나는 그 과정을 또렷이 우리가 살고있는 이탈리아에서 지켜봤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일 때 대한민국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우리의 존재를 세계만방에 알렸고, 코로나 비루스에 가장 신속하게 대응한 나라로 세계인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세계인들에게 한반도(남한)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계인들에게 널리 각인시킨 것이다. 



해방 이후 대략 70년 동안 가난에 찌들어 살던 나라가, 언제부터인가 제4차 산업혁명(第四次 産業 革命,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의 선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존재감을 마음껏 과시하는 나라가 되었다고나 할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5060 세대, 6070 세대, 7080 세대, 8090 세대 등 각 세대를 10년 주기로 나누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얼추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산업화 이후에 보여준 모습을 참조하면, 그 주기는 점점 더 빨라져 90년대부터는 보다 더 빨라지고,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 세상은 초음속 시대로 확 달라졌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인간의 욕망은 마침내 초음속 비행기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 가운데 세상을 확 바꾼 애플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바꾼 위대한 혁신가로, 그가 남긴 업적 등으로 세상은 마침내 지구촌 시대를 열게 되었다. 한 영웅이 '부처님 손바닥 들여다보는 듯하다'는 표현을 현실로 이루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세상은 매일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일 변하고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이 고개를 쳐들며 아날로그 세상에 살던 사람들을 혼쭐내고(?) 있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말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었다니.. 그 정도는 어떠했을까.. 




그곳에 가면 그림엽서가 된다




지난 6월 15일, 아내와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바를레타에서 뿔리아 주의 주도 바리시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우리가 이동한 코스는 바를레타에서 대략 50킬로미터 떨어진 바리 시까지 고속화 도로를 이용해 드라이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드리아해의 바닷가로 이어진 국도를 따라 천천히 북상하며 드라이브 여행을 즐긴 것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바리시에 속한 바리 항구와 북상길에 차례로 만난 몰풰따 항구, 비쉘리에 항구, 뜨라니 항구를 차례로 둘러본 것이다. 우리가 둘러본 해안선은 한국에서 살 때 혹은 이곳 바를레타에 둥지를 튼 이후에도 여행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아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 짬짬이 이곳을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뿔리아 주의 해안선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바를레타와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의 해안선도 아름다웠지만, 북상길에 둘러본 뿔리아 주의 해안선은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짙푸른 바다 색깔과 바닷가에 지천에 널린 풀꽃들은 따가운 볕 아래서 대합창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마치 촌넘이 제주도의 우도나 성산일출봉에 들러 속으로 탄성을 자아낸 곳이랄까.. 


그곳에 서면.. 그 바닷가에 서면.. 그 작고 아름다운 항구에 발을 들여놓으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단박에 알 수밖에 없다. 풍경들은 하나같이 그림엽서를 닮아서 여행길에 몇 자 끼적거리고 침으로 우표를 발라 빨간 우체통에 넣고 싶은 것.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70년대를 산 사람들이라면 이런 노래를 즐겨 불렀을 것이다. 길옥윤 작사 작곡, 가수 권성희 씨와 세샘 트리오가 부른 <나성에 가면>이라는 경쾌하고 발랄한 노래였다. 가사는 이랬지..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즐거운 날도 외로운 날도 생각해 주세요
나와 둘이서 지낸 날들을 잊지 말아 줘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 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 사랑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꽃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보네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예쁜 차를 타고 행복을 찾아요

당신과 함께 있다 하면은 얼마나 좋을까
어울릴 거야 어디를 가도 반짝거릴 텐데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 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내 사랑



나성(羅城)이란 곳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의 한자식 표기로 조금은 난해한 음역어(음차) 같다. 한국식 표기인 것이다. 그러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가사 속에 여러 번 강조하고 있는 '편지' 때문이다. 이 노래는 1978년에 발표되었으므로, 당시만 해도 통신 수단은 편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였다. 기억을 다듬어 보면 편지보다 빠른 통신 수단이 전보라는 게 있었고, 관공서 혹은 선박 등에는 텔렉스가 시설된 게 거의 전부였다. 


요즘 생각하면 마치 파발마 혹은 비둘기를 이용한 통신수단이 유행할 당시의 아스라한 풍경인 것이다. 그런데 이 당시 재밌는 통신 수단 하나를 뿔리아 주의 아름다운 뜨라니 항구의 풍경 속에 소환해 놓고 <그곳에 가면 그림엽서가 된다>라는 제목을 꺼내 든 것이다. 



엽서의 종류는 다양했다. 엽서의 종류와 역사에 따르면 1869년 10월 1일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 세계 최초로 발행되었고, 1870년에 독일에서 발행한 이후 세계 각국이 이 제도를 채택하여 실시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 5월 10일에 처음으로 '1전 엽서'를 발행하였다는데 종류를 살펴보니 통상엽서, 왕복 엽서, 봉함엽서, 그림엽서, 사제 엽서, 기념엽서 등(위 링크 참조)이 있었다. 


엽서는 편지와 달리 누구나 볼 수 있게 개방되어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우표) 가격이 착해 여러분들이 엽서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림엽서는 우체국에서 발행하는 엽서와 달리 우표를 따로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여행지의 풍경이 실려있어서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런 반면에 요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브런치는 물론, 포털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카톡, 인스타그램, 스카이 등 통신 수단은 구세대는 물론 귀신까지 놀라게 만들거나, 아예 귀신의 존재를 뭉게 버리는 시대로 돌변해 있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게 아니라 단 몇 초 혹은 매우 짧은 시간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소식까지 넘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고 초음속 시대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니었다. 편지나 엽서를 사용하던 구세대는 비용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아끼고 정리해야 했다. 그래서 어떤 노래는 눈물로 쓰기도 하고 쓰다가 찢기도 하는 일이 생기는 것으로, 심사숙고 혹은 노심초사까지 해야 한 통의 편지를 겨우 우체통에 집어넣을 수 있었던 것. 참 까마득한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분홍빛 러브레터>가 고스란히 남아있을 게 아닌가.. 이제 나성은 물론 지구별 어디를 가도 목놓아 편지를 써 달라고 애원할 필요도 없고, 기다릴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림엽서가 사람들을 감동시킬 때도 아닌 듯하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 이 포스트를 보신 여러분들이 그곳에 가면 스스로 그림엽서가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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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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