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궁금했다
뜨라니 항구에 들렀다가 가.. 생선 좀 보게..!!
서기 2020년 7월 6일 오전 6시경, 우리는 아침 일찍 동이 밝아오는 바를레타 시내를 떠나 뜨라니 항구로 향했다. 하니는 우리의 여행 목적지인 뷔에스떼(Spiagge di vieste)로 떠나기 전 꼭 들러보고 싶었던 장소가 있었다. 뜨라니 항구에서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고 싶어 한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선도가 뛰어난 싱싱한 고등어를 구입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 손질을 하고 고등어조림을 만들었다.
지난 편, 한 달만 살고 싶은 꼭꼭 숨겨진 명소에 이렇게 썼다. 그 현장을 잠시 둘러보고 우리를 즈음이 놀라게 한 뷔에스떼로 차근차근 떠나보기로 한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도 하니는 그곳을 다시 가 보고 싶어 할 정도로 인상적인 곳.
바를레타에서 뷔에스떼까지는 대략 120킬로미터 남짓하고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곳(자료사진 참조). 그곳에 전혀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셔터의 동작 횟수는 감동의 횟수에 비례한 탓일까..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닌데 사진과 영상의 분량이 꽤 많다. 그 현장으로 함께 떠나본다.
고등어 밀당 기술 선보이다
우리가 바를레타에서 곧장 북상길에 오르지 않고 잠시 남하한 이유는 하니의 바람 때문이었다. 큼직한 프라이팬을 장착한 이번 여행길에 하니는 생선찜 혹은 조림을 해 먹을 요량이었다. 바를레타에서 뜨라니 항구는 매우 가까워 자동차로 10분 정도만 달리면 도착하는 곳, 어느덧 세 번째 방문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 뜨라니 항구에서 생선을 구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지인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략 오전 7시만 되면 항구 곁에 작은 어물전이 생기는 것을 본 적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날도 행운이 함께했다. 우리가 뜨라니 항에 도착한 직후 싱싱한 고등어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침나절의 뜨라니 항구는 아드리아해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햇살과 함께 넘실거렸다.
지난번에 방문할 때는 내항에 정박해 둔 요트들이 많았는데 바캉스 철을 맞이해 대거 이탈(?)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니는 항구까지 이어지는 오래된 작은 도시의 정갈하고 세련된 모습을 너무 좋아했다. 기회가 닿으면 다시 가 보면 될 텐데 요즘은 무엇이든 마음을 먹지 않으면 어디론가 떠나는 일이 쉽지 않다. 거두절미하고 간이 어물전 앞에서 망설이는 나..
생선의 선도를 살피고 있는데 이날 팔뚝만 한 고등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는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생선이자, 나를 살찌워준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 아니었던가.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자주 눈팅을 한 고등어지만 정작 다른 해물을 늘 선택하곤 했다. 너무 자주 봐 왔고 먹었던 탓에 약간은 물린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이날 아침 우리가 만난 아드리아 해산 고등어는 아가미가 빨간색을 띤 선도가 마음에 든 것이다. 흥정 들어간다.
고등어 밀당 기술
나: 요거(고등어_Sgombro).. 가격이 얼마나 돼요?
어물전: 네, 1킬로그램에 10유로입니다.
나: 요거.. 무게를 좀 달아봐 주시겠어요?
어물전: 네, 1.2킬로그램인데 10유로만 주세요.
나: (하니를 돌아보며) 10유로인데 가격은 어때?
하니: 응, 괜찮아 보여..!
나: (어물전을 향하여) 10유로는 비싼 거 같아요. 7유로로 가격을 깎아주세요.
어물전: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안 돼요.
나: 그래요? (고등어 구입하지 않고 돌아가는 척..!)
어물전: (목소리를 조금 높여) 좋아요! 7유로에 드릴 게요.
나: 잘 손질해서 세 토막으로 나누어 주세요.
어물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드리지요.
큼직한 고등어는 금세 배가 갈라지고 머리통 부분부터 세 토막으로 나뉘고 깨끗한 바닷물에 씻어 비닐봉지에 담아주었다. 이때 하니의 긴급제안이 있었다. 한 마리는 부족해 보여 한 마리 더 구입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먼저 크기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고등어 한 마리를 저울질하니 900그램 정도의 무게가 나갔다. 먼저 구입한 고등어와 크기가 비슷했다. 나는 즉시 베팅에 나섰다.
나: 요거 5유로에 주시면 안 돼요?
어물전: (어물어물) 거의 1킬로그램이나 되는 데요. 안 돼요.
나: 5유로.. 해 주시면..
어물전: 5유로 안 돼요..
나: 아쉽군요. 다음에 봐요. (돌아서는 척..!)
어물전: 5유로.. 돼요. 돼요!!
그는 마수걸이라며 흔쾌히 900그램짜리 고등어 한 마리를 5유로에 낙찰했다. 나는 가격 흥정에 큰 재주가 없었으나, 이날 2킬로그램이 조금 넘는 고등어를 15유로에 낙찰 본 건 지인으로부터 배운 학습 때문이었다. 바를레타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인의 흥정을 곁에서 지켜보니 조금 전 내가 써먹었던 방법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맨 먼저 가격을 적당히 후려친 다음 흥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팁을 한 번 더 학습하면 이러했다.
가는 척..!!
무엇이든 어떤 일이든 밀당의 기술이 필요한 삶의 현장이랄까.. 참 착한 밀당 기술이다. 어느 날 지인과 함께 아침 일찍 나가본 뜨라니 항구에는 아드리아 해서 갖 잡아온 선도 높은 싱싱한 해산물이 원주민들에게 조금씩 팔려나가고 있었다. 만약 이날 지인의 밀당 기술(?)을 어깨너머로 봐 두지 않았더라면, 국민생선 고등어 두 마리에 20유로를 지불했을 것이다.
부산이 고향인 나.. 어릴 때부터 고등어는 굽고 지지고 찜 찌는 등 여러 모습으로 밥상에 올랐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허기를 참지 못하고 허둥대는 내게 거의 음속 수준으로 고등어찜을 만들어 주곤 하셨다. 지금 돌이켜 보니 냄비에 무를 썰어 깔고 고등어를 잘라 얹어 버무려둔 양념장만 올리고 육수를 조금 부어 끓이면 끝!
하니는 이 같은 방법 혹은 비슷한 방법으로 국민생선 고등어를 속 깊은 프라이팬 가득 조림을 해 자동차에 실었다. 먼 길을 나서는 여행자 둘은 차 속에서 풍기는 고등어 냄새 때문에 금세 허기가 몰려드는 것. 부산 광복동의 골목길을 매캐하게 만들었던 고갈비가 갑자기 당긴다. 그것뿐인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는 것. 고등어조림이 끝난 직후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Margherita di Savoia)를 거쳐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시작되는 만프렛 도니아(Manfredonia)로 향했다. <계속>
Il Nostro Viaggio_Italia, il tacco degli stivali era curioso
il 13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