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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14. 2020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가는 길

#5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궁금했다

여행은 언제 떠나면 좋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서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로 떠나기 전에 글쓴이의 여행관 등에 대해 몇 자 끼적거리고자 한다. 위 자료사진은 최근 하니와 함께 다녀온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의 모습이자 목적지의 빼어난 풍광이다. 저 멀리 뷔에스떼 마을이 보이고 코 앞에는 기다란 백사장이 기막히게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됐다. 



우리가 흔히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없다'라는 말을 통해 두 가지 이상을 겸비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곳은 두루 잘 갖추어진 천하의 절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여러 날을 묵을 계획으로 떠났지만 사흘을 보내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빼어난 절경에 빠져 에너지를 과소비한 것이다.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여행지를 가슴에 담았으면 좋았으련만,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떠밀었는지 사흘을 보낸 후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작전반경(?)은 탑재한 연료보다 더 길고 넓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돌이켜 보니 비록 작전은 실패했을 망정 우리가 목표한 당초의 계획 대부분을 챙겨 온 것 느낌이 든다. 



우리도 바빴고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쉴 새 없이 파사체를 겨누며 셔터음을 날린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직후 하니는 번개 구워 먹듯 한 여행지에 미련이 남아 언제든지 기회가 닿기만 하면 다시 떠날 요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브런치 열독자님들은 잘 아시겠지만 우리가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까지 가 볼 엄두를 낸 것도 자동차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 과정은 꽤나 까다로웠다. 피렌체서 살 때 로마의 우리 대사관에 들러 이탈리아 운전 면허증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것부터가 까다로운 절차였다. 서울 시내를 다녀오는 것도 아니고 피렌체서 로마까지 다시 로마에서 피렌체까지 이어지는 동선은 피곤한 일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아니었다.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거처를 옮긴 후 면허증 갱신을 위해 아젠시아 이탈리아(Agenzia Italia)에서 신분증 까르따 디덴띠따(Carta d'identità)를 다시 보완하는 한편, 거금(?)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면허증이 나오길 기다렸다. 맨 처음 한 달 남짓 걸린다고 했던 기간은 4개월이 조금 넘어서 이탈리아 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자동차를 구입한 때는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하니가 한국으로 잠사 귀국한 후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후 호시탐탐 자동차 구입을 위한 눈팅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얼마 전에 차량을 구입한 것이다. 거기에 자동차 보험료는 얼마나 비싼지 차량 구입을 포기할 뻔한 일도 있었다. 



자동차의 연간 보험료가 2000유로를 넘겼다. 우리 돈으로 대략 260만 원에 해당하므로 한 달 보험료가 21만 7천 원에 이르렀다. 하니는 "보험료가 웰케 비싸냐"며 방방 떴다. 나 또한 같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차근차근히 듣게 됐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운전하는 운전자는 14등급에서 시작해서 1등급까지 차등을 둔다고 했다. 예컨대 14등급은 2000유로 1등급은 800유로였다. 맘마미아!! 



두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만약 자동차가 없었다면 아날로그 여행을 통해 매우 느리게 비용까지 비싸게 들이며 다녀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를 구입한 다음 맨 먼저 바를레타 해변에서 수평선 너머로 거무스럼 하게 저만치 보이던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를 사냥할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 게 지난 7월 6일 오전의 일이었다. 우리는 평소 궁금하게 여겼던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를 기어코 방문하게 된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때 한 장 한 장씩 뷰파인더에 담은 컷들이 브런치에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동안의 준비 과정을 생각하면 토닥토닥 스스로는 물론 하니까지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것.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이랬다. 조국에서 태어난 이래 맨 먼저 눈에 담은 우리 산하는 금실로 수놓은 강과 산과 들판과 바다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었다. 나의 유년기를 돌아보면 그 정도가 심해서 "차라리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했다. 어린이의 이런 생각을 누가 믿을까만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같은 신비로운 느낌은 얼마 되지 않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 지워지고 말았다. 세상은 그런 곳이었다. 



생존하기 위해 벌여야 하는 사투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요구하게 되고, 마침내 당사자는 도무지 원형을 되찾을 수 없는 걸레처럼 더럽혀지고 만다. 그게 겉모습이라면 목욕탕에서 말끔히 씻으면 그만일 텐데.. 속 사람의 마음이어서 세탁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오염된 상태랄까..



맨 처음 새하얀 수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염이 되고 점점 더 변색이 된다. 그리하여 몇 번 세탁을 한 후 다시 사용하다가 수건의 용도를 버리고 행주로 사용하게 된다. 행주도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오염된 후 다시 걸레로 변신한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당신이 스스로 원한 일도 아니었지만, 이런 과정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남녀노소 빈부귀천할 것 없이 적용되는 운명의 굴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당신의 겉모습은 새하얀 수건을 닮은 백발로 변해있거나 그 과정에 돌입해 있을 것이다. 그건 겨우 겉모습에 불과하다. 당신을 행복하게 했던 유년기의 추억을 다시 돌릴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학습하고 불필요한 정보까지 머릿속 가득 채워 넣고 있다. 



금실로 수놓은 강과 산과 들판과 바다까지.. 그 보다 더 먼 나라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을 눈 앞에 두고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 심쿵!! 이게 웬일인가.. 그때부터 저건 저래서 아름답고, 이건 이래서 멋지다며, 사물을 바라볼 때마다 지식을 동원하게 된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달라붙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 



이때부터 여행이고 지랄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밥이나 먹고 푹 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면.. 당신의 몸과 마음이 때에 찌든 걸레처럼 변해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곧 세탁기 속에 당신을 통째로 넣고 돌려야 할 것이다. (진짜 세탁기 내부로 들어가 돌아가시지 마시라. ㅜ) 그 세탁기가 여행이라는 놀이라 생각하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세탁기에 들어가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였다. 그 일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2020년 7월 6일이면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로 여행을 떠날 것이란 계획은 애당초 없었다. 그러나 우리를 찌들게 한 세상으로부터 탈출해 보려는 노력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감동의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그러므로 본문에 삽입된 사진과 영상(기록)은 세탁기에 투입되는 세제와 다름없어서 세파에 찌든 우리를 말끔히 세탁하고 그것도 모자라 작전반경을 늘리는 기분 좋은 실수까지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믿기시는가.. 



본문에 삽입된 자료사진을 순서대로 설명하면(현재 위치_아래 지도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우리가 바를레타를 출발해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평원을 지나 만프렛도니아 앞 해변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다. 이 여정에서 우리나라의 소래포구를 쏙 빼닮은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평원의 염전이 눈에 띈다. 

기회가 닿으면 이곳으로 출사를 나가고 싶은 아름다운 곳. 만프렛도니아에 도착한 후 천천히 시내와 해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뷔에스떼를 향해 떠나기 전 바를레타 해변에서 늘 봐 왔던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의 실체를 확인하고 인증숏을 남겼다. 하니는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계속>


Il Nostro Viaggio_Italia, il tacco degli stivali era curioso
il 14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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