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궁금했다
사노라면 전혀 뜻밖의 일과 마주치기도 한다..!!
세월 참 빠르다. 하니와 함께 다녀온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는 어느덧 열흘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굵직한 사건이 일어나 가슴을 아프게 한 반면,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를 돌아보는 일상에 젖어들고 있었다. 사노라면 우리가 원치 않았던 일이 눈 앞에 나타나는가 하면 계획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뜻밖의 일과 마주치기도 하는 것.
지난 7월 6일 아침 일찍 바를레타에서 뷔에스떼를 향하는 짧은 여행길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여운을 남겨주었다. 바를레타에서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까지 이어지는 여정에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평원의 풍경을 맛보았다. 그리고 마르게리띠 디 사보이아에서 스피아지아 디 비냐노띠까까지 이어지는 여정에서는 못 보고 죽으면 억울할 뻔한 바다의 풍경이 구불구불한 국도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지도 참조)
우리는 그저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끄트머리의 뷔에스떼만 머릿속에 그리고 이동했지만 뷔에스떼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를 지칠 줄 모르게 만들곤 했다. 제주도에 속한 작은 섬 우도에서 봤던 바다 빛깔과 북부 파타고니아의 리오 블랑꼬에서 봤던 강물의 빛과 엇비슷하거나 더 진한 빛깔의 풍경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우도의 바다 빛깔이나 북부 파타고니아의 강물 빛이 옥빛으로 변한 건 그곳의 지형 때문이었다. 산호초를 이루고 있는 석회물질과 강물 빛을 바꾼 석회암 물질이 볕에 반사되어 형용할 수 없는 빛깔로 여행자를 사로잡는 것. 당시만 해도 이런 표현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바다 풍경 처음 보는 게 아닌데 이게 다 뭐라고..
위의 지도 만프렛 도니아(Manfredonia)에서 스피아지아 디 비냐노띠까(Spiaggia di Vignanotica)로 이어지는 길에 사진과 짧은 영상을 남겼다.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은 참조하시기 바란다.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줄 것이다.
못 보고 죽으면 억울할 뻔한 바다 풍경
하니와 나눈 짧은 대화..!
나: 이런 데는 천천히 둘러봐야 제 맛인데..?!
하니: 세월이 촌음으로 도망치는데 어떻게 천천히 둘러보냐고요..!!
우리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국도변(SP53)에서 자동차를 잠시 정차해 두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다를 굽어보고 있었다. 옥돌을 갈아 바다에 풀어놓은 듯한 풍경이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뷔에스떼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곳도 우리나라의 남해나 거제도 등지에서 봐 왔던 가두리 양식장이 점점이 박혀있었다. 녀석들의 속은 온통 옥빛의 바다를 닮아 잡아먹기도 전에 눈부터 시릴 것 같다. 땡볕을 머리에 이고 졸고 있는 올리브 과수원과 바다의 조화로움이 처음으로 부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호의호식하며 남부럽게 자란 게 아니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 자꾸만 내 고향 부산과 대한민국의 산하를 비교하게 되는 것. 어떤 곳은 우리의 산하가 빼어났고 또 어떤 곳은 이탈리아의 풍광이 뛰어났다. 빼어나고 뛰어나고.. 둘 다 같은 의미인가.. 그렇다면 삶과 죽음의 의미는 또 어떠할까..?!
짧은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하니는 다시 "그곳에 다시 가고싶으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뷔에스떼가 그랬고 뷔에스떼까지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국도변의 풍광이 그러했겠지..
우리는 사는 동안..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죽음으로 향하게 된다. 한동안 잊고 살다가 한 유력한 정치인의 죽음을 목도하면서부터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곤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마음만 먹으면 다시 특정 지역으로 가 볼 수 있겠지만, 만약 전혀 뜻밖의 죽음에 이른다면 만사가 허사겠지. 그래서 하니의 언급처럼 이곳저곳 이런 일 저런 일 등을 앞에 두고 허둥지둥 바쁘게 살아야만 할까..
인도의 국부 간디와 함께 인도인들의 추앙을 받는 사상가이기도 한 타고르는 "태어나는 것이 삶이듯 죽음도 삶입니다. 드는 발도 걸음이고 내딛는 발도 걸음입니다."라고 말했다. 삶과 죽음이 서로 다르지 않은 것. 그러나 사노라면 천년만년을 살 것처럼 욕심을 가지는 것도 인간의 마음이며, 내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은 태초로부터 이어져 왔건만, 죽음도 삶이라니.. 하니는 죽음을 인정하면서도 부정하고 싶은 속내를 내 보인 것이다. 난들 뭐가 다를까.. 그렇게 보니 못 보고 죽으면 억울할 뻔하게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네.. ㅜ 우리에게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계속>
II Nostro Viaggio_Se non lo vedo, sarò triste
il 16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