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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17. 2020

여왕님의 생신 선물

#15 아내를 유혹한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하니의 가슴에 안긴 붉은 태양..!!



   서기 2020년 7월 15일 오전 04시경,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지오뷔나쪼(Giovinazzo)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함께 바라봤다. 약속이나 한 듯 일어난 시각이 비슷했다. 아직 먼동이 트려면 1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다. 하늘은 깜깜했지만 아드리아해 수평선 너머로부터 붉은 기운이 감지됐다. 


이날 바다는 잠잠했고 수평선 위로 몇 척의 선박들이 반딧불이처럼 불을 반짝이며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바닷가.. 동이 서서히 밝아오자 오래전에 형성된 지층 위로 바닷물이 스멀스멀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아침을 깨운다. 그 바윗덩어리 위에서 해돋이를 기다리며 잠시 나의 좌표를 돌아본다. 



나는 지구인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한 생물이다. 이 생물을 향해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과 인간.. 그중에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도 있다. 겉모습은 비슷할 망정 생리적 구조는 물론 생각까지 다른 두 사람. 신기하지.. 서로 다른 사람이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가며 아이를 낳아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만들게 된다. 


그 아이들은 각자 태어난 날짜를 '생일'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생일을 매우 귀중하게 생각하며 축하를 하며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행복해한다. 사람들이 만든 축하의 의미는 하늘의 뜻이 담겼다고 한다. 축하(祝賀)의 사전적 의미는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인사하는 것. 그래서 무슨 일이든 축하할 일이 생기면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잔치를 베풀거나 인사를 건넨다. 지구인의 오래된 풍습이다. 


이미지 출처: 위키미디어 File:EpicEarth-Globespin(2016 May 29). gif

DSCOVR EPIC - Earth Polychromatic Imaging Camera 22 images taken by the NASA probe showing the Earth spin at 23.4 degrees of tilt (North Pole toward viewer), a few weeks prior to the June solstice.(심우주 기후 관측 위성이 2016년 5월 29일에 촬영한 지구의 자전) 

NASA/EPIC, edit by Tdadamemd - http://epic.gsfc.nasa.gov/#2016-05-29


그런데 바닷가 바위서렁에 서서 이 같은 행위를 생각해 보니 '참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는 45억 6700만 년 전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태양계가 형성된 시점도 이때였다. 지구 대기의 역사는 암석과 마그마로부터 방출된 기체들이 지구 주위에 중력으로 묶이면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대기를 원시 대기라고 불렀다. 원시 대기를 이루는 물질은 지구를 형성한 소행성과 혜성 따위에 포함되어있던 휘발성 물질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전한다. 


지구가 식어가면서 마그마 바다가 식어 고체의 바닥이 다시 형성되고, 혜성에 들어있던 미량의 물은 많은 양의 혜성이 떨어지면서 축적되기 시작했고, 마그마가 식어 고체의 바닥이 형성된 후에 원시 대기의 수증기 성분이 응결하여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 비가 원시 바다를 형성했다. 이때 땅과 대기에 있던 염분들이 비에 의해 바다로 녹아들면서 바다가 짜게 되었고 소금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학습한 바 있는 지구별에 대한 정체성을 위키백과를 통해 짧게 정리해 봤다. 지구인들이 주고받는 생일 축하 등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었다. 



지구인은 탄생은 재밌다. 중생대 말기 공룡의 대량 멸종 이후, 지금으로부터 약 6400만 년 전에 포유류가 등장하여 번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0만 년 전에 현재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근처에서 포유류 가운데 원시인이 처음 생기고, 원시인이 진화하여 현대의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구는 45억 6700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했으므로, 지구인은  45억 6700만 년의 지구별의 역사 끄트머리에 생겨나 지지고 볶고 생지랄 난리를 피우는 등 인간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위키미디어에서 모셔온 짚(GIF) 속의 지구별은 거의 총알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지구의 궤도 속도는 평균 초속 30 km 정도인데, 이 속도는 지구의 지름은 7분 만에, 달까지의 거리는 4시간 만에 통과할 수 있는 속도라고 한다. 지구는 23시간 56분 4.091초 주기로 자전하며, 그 축은 북극과 남극을 잇는 선이다.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고 저물 것이다. 엄청난 속도고 자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지럽지 않은 것도 재밌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렇듯 빠르게 회전하는 지구별의 어느 날에 태어난 한 사람의 생일은 더 재밌다. 생로병사가 이 가운데 일어나는 것이다.



그 역사 속을 들여다보면 가관이 아니다. 종교와 철학이 등장하고 미술과 조각은 물론 음악 등이 인간의 고귀함을 드러낸다고 한다. 또 어떤 인간들은 인간을 향해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또 바이블에 따르면 조물주가 천지만물을 조성한 직후 그곳을 에덴동산이라 불렀다. 


그곳에 남자 사람을 지어놓고 아담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를 돕는 배필로 여자 사람을 짓고 이브라 불렀다고 한다. 이들은 곧 배암의 꼬드김 때문에 에덴동산을 쫓겨나게 됐고, 땅의 소산물을 먹고살아야 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조물주가 지구별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45억 6700만 년이자, 아담이 태어난 시점은 대략 200만 년 전이라고 봐야 할까.. 


서기 2020년 7월 15일은 하니가 태어난 날이다. 생신이다. 사람들은 이날 선물을 받고 싶어 한다. 축하를 받고 싶어 한다. 하니도 그렇고 나 또한 그랬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의식이 별로 중요치 않다는 생각을 했다. 태어나는 일이나 죽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있겠는가 싶은 발칙한 한 인간의 생각들.. 바닷가에 서서 해돋이를 기다리는 동안 저만치 수평선 위로 발그래한 빛이 신비롭게 펼쳐졌다. 


하니가 태어난 날.. 나의 여왕님의 생신을 밝혀줄 태양이 수평선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수많은 해돋이를 봤지만 이날 우리가 본 해돋이는 특별했다. 해돋이가 아니라 자전의 한 현상에 등장한 붉은 태양.. 여왕님의 생신 최고의 선물이 아드리아해로부터 발현됐다. 그 장면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여왕님의 생신 선물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여왕님은 하루만 더 바닷가에 머물자고 칭얼대셨다. 생전 처음 맞이한 신비로운 태양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태양이 머리 위로 솟구치자 이번에는 바람이 몹시 불어댔다. 웬만하면 하루를 더 묵었을 텐데.. 아드리아해가 우리를 떠밀었다.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우리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그땐 지금과 너무 다른 모습으로 느낌으로 여왕님의 가슴에 안기겠지.. 이날 생신을 맞이한 여왕님을 향한 내 마음은 이랬다. 진심으로 여왕님의 생신을 감축드리옵니다!! ^^


L'alba sull'Adriatico e il compleanno di Hani
il 17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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