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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18. 2020

메두사의 마법과 아드리아해

#7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가 궁금했다

눈을 마주친 것뿐인데 돌로 변한 사람들의 전설을 기억하세요..?!!



   서기 2020년 7월 6일 오전, 우리는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빠르꼬 나찌오날레 델 가르가노 (Parco Nazionale del Gargano)의 대표적 풍경 앞에 당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장화 뒤꿈치 부분을 가르가노 반도라고 부른다. 가르가노 반도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는 것이다. 링크된 지도를 클릭해 보면 가르가노 국립공원의 대표 이미지가 본문에 삽입된 표지 사진과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끼적거린 포스트에서 여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바를레타에서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까지 이어지는 여정에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평원의 풍경을 맛보았다. 그리고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에서 스피아지아 디 비냐노띠까까지 이어지는 여정에서는 못 보고 죽으면 억울할 뻔한 바다의 풍경이 구불구불한 국도변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 같은 풍경은 최종 목적지인 뷔에스떼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여정에서 아드리아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여러 번 정차를 거듭하며 옥빛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대단한 유혹이었다. 누구나 이런 유혹 앞에 서면 무념무상의 경지로 빠져들거나.. 온몸이 한 시선으로부터 굳어져 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치 메두사의 눈을 닮은 바다라고나 할까..



전설 속의 메두사는 미녀 혹은 악녀로 기록되고 있지만 그녀가 아테나로부터 저주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한눈에 사로잡은 미녀였다는 것을 안다. 신화를 사실로 여기기엔 약간의 무리가 따른다. 인간을 한 순간에 돌로 만들 수 있는 능력자.. 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자연의 현상을 신비롭고 아름답게 그린 신화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메두사의 마법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 것 같다. 가르가노 반도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는 눈부실 정도가 아니라, 그냥 돌처럼 바닷속으로 무한 빠져들게 하는 게 아닌가.. 



하니는 이곳을 다녀온 후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그 바다 깊숙이 빠져들며 신화의 세상 이상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국도변(SP53)에 정차를 해 두고 솔숲이 만들어낸 그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바닷바람이 쉼 없이 솔숲을 헤집고 머리카락을 날렸다. 인증숏 속의 나는 흡족해 있었다. 여운을 남긴 짧은 휴식은 우리가 돌로 변하는 시간을 재촉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시 여정을 이어가는 도중에 또르레 디 뿌뇨끼우소(뿌뇨끼우소의 탑_Torre di Pugnochiuso)를 만나며, 우리는 마침내 가르가노 반도 끄트머리에 도착해 있었다.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의 위도와 경도는 41°46′56.98″N 16°11′31.78″E 였다. 메두사의 전설에 등장하는 페르세우스(Perseo)처럼 우리는 악녀로 변한 메두사의 목을 베고 메두사 본연의 모습에 빠져들고 있었다. 신화의 바닷속으로 깊이 빠져든 사흘간의 짧지만 달콤하고 시원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바캉스에 돌입한 것이다.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 그러니까 가르가노 반도 끄트머리를 다녀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또르레 디 뿌뇨끼우소에 머물다 가게 된다. 마치 고속도로의 휴게소 같은 장소라고나 할까. 



이곳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가르가노의 대표적 명소에 서면 신화 속에 그려진 특정 인물보다 더 강하고 깊은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석회암 동굴과 옥빛 아드리 아해가 빚어내는 마법 같은 풍경 때문에 한 순간에 돌로 변하고 마는 것. 그 진한 느낌 때문에 사흘 동안 비슷하거나 같은 장소를 오락가락하며 솔숲에서 시간을 때웠다. 



그동안 뷰파인더는 부지런히 마법의 바다를 향해 셔터음을 날리고 있었다. 변화무쌍한 바다와 흔들이지 않는 가르가노 반도의 은밀한 조합이 여행자를 보듬고 놓아주질 않는 것이다. 전설이 아니라 현실 앞에서 전설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 하니와 나에게는 그 모습 그대로 전설로 변한 아스라한 시간들..



이곳까지 이어지는 여정에 남긴 기록들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에 해당하는 가르가노 국립공원의 지형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석회암 퇴적층이 쌓여있었다. 오랜 세월의 풍상이 만들어낸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곳. 잠시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아침 일찍 뜨라니 항구에서 구입한 고등어조림을 이곳에서 아점 삼아 먹었다. 그동안 캠핑카는 물론 드라이브족들이 끊임없이 우리 곁을 지나쳤다. 그들은 뷔에스떼로 가는 바캉스족들이 틀림없었다. 다음 여정에서 본격적인 가르가노 국립공원의 비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계속>


La magia di Medusa e il mare Adriatico
il 18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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