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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5. 2020

어떤 기적

-요정들이 지키는 문 닫은 성소(聖所)

기적은 늘 우리 곁에 있어 왔던 것일까..?!!



   서기 2020년 7월 23일 오전의 일이다.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는 이 길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역사지구 중심지 뷔아 치알디니(Via Cialdini)이다. 이곳은 바를레타의 정체성을 이어온 유명한 깐띠나 델라 스피다( Cantina della Sfida)가 위치해 있고,  바를레타의 도청(Prefettura di Barletta - Andria - Trani)이 위치한 곳이다. 그리고 이 거리에서 대략 100미터 앞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성소(Chiesa del Real Monte di Pietà)가 있다. 하니가 그림 수업을 가면 주로 이 길을 따라 화실로 가는 것이다. 


아침나절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도시에 깔아 둔 대리석의 찬 기운이 발부터 머리끝까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곳이다. 이날은 하니의 신분증을 발급받기 위해 호적을 담당하는 관청(Sportello Anagrafe)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날 하필이면 평소에 내가 좋아했던 기적 같은 풍경들이 나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그곳에는 요정들이 문을 걸어 잠근 성소 앞을 지키고 있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봐야 보이는 기적의 현장은 이랬다.



어떤 기적



본문의 아래로 이어지는 사진들은 순서대로 촬영된 것으로 가깝게 혹은 조금 멀리 좌우의 풍경을 담았다. 사진의 배경이 된 성소 입구 돌계단을 눈여겨보시면 아침 일찍 누군가 물로 깨끗이 청소를 한 모습을 알 수 있다. 사진 속에 담긴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은 돌계단 틈바구니에 머리를 박고 자라며 샛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다. 



어떤 녀석들은 사람들의 머리카락까지 몸에 두르고 계단 돌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기적 같은 일이 될 수 있는 일은 다름 아니다. 우리와 많이 다른 문화의 차이를 가진 이탈리아 혹은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풀 한 포기 조차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아쉽게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힘들거나 만날 수 조차 없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풍경이 등장하기 전부터 청소를 하거나 정리정돈을 위하여 풀이나 풀꽃들의 싹수부터 잘라버린다. 그렇게 해야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이라 한다. 만에 하나 이런 풍경을 본 상급자라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청소를 담당하는 아줌마 혹은 아저씨 김대리를 향한 일성..


청소를 하면서 왜 잡초는 뽑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이탈리에서 만난 이런 풍경들은 숱하게 많다. 담배꽁초나 휴지는 함부로 버릴망정 잡초나 풀꽃은 자기가 태어난 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문 앞 돌 틈은 물론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한 줌의 흙만 있다면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일러 요정이라 부르고 요정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람들을 천사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날 아침에 만난 풍경도 그러했다. 지금은 문을 걸 잠그고 텅 빈 성소 앞을 물청소하던 사람이 풀꽃의 이파리 조차 다치지 않게 배려한 것을 보며 기적을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 요정들의 곁을 지날 때 환하게 반겨주는 모습 때문에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요정들의 어깨를 다독거리거나 머리를 쓰다듬듯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함께 즐거워 하는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 같다. 세상의 일은 그렇게 진행되는 것 같다. 당신의 마음에 따라 세상이 지옥으로 변했다가 다시 천국으로 바뀌는 일도 마음을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달린 것 같은 것. 이런 생각들을 위해 수많은 철학과 종교가 또 학문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에게 청소부의 마음이나 착한 시민들의 마음밭이 일군 풍경을 더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게 변할 것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사람들은 이 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오히려 신기해한다. 그들에게 일상이 된 풍경이자, 그들의 속 사람을 닮은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이상해 보일 정도인 것이다. 마음속에 아비귀환이 일 때 주변을 둘러보시기 바란다. 세상에 천지 뻬까 리로 널린 게 요정들의 모습이다. 그 요정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면 아이들처럼 맑고 밝은 표정을 짓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천국은 마음속에 있어요..! ^^


Santuario chiuso custodito da fate_che Miracolo
il 25 Luglio 2020,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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