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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7. 2020

어떤 운명

-일개미의 노동 현장

운명 때문에 웃고 우는 세상..!!


   서기 2020년 7월 27일 새벽 4시, 이상한 꿈을 꾸고 일어났다. 꿈에서 친구를 만난 것이다. 내겐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런데 그는 오래전 나이가 마흔에 이르렀을 때 간경화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친구를 잃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았다. 그는 생전에 나와 함께 출사를 하는 등 주로 함께 지냈고, 친구의 집이나 우리 집은 서로 다르지 않아서 아무 때나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우리에게 두 분의 어머니가 상존했던 것이다. 



친구들 중에 유독 가까웠던 그 친구의 취미도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준수한 외모에 체조를 한 친구의 몸매는 남자들이 봐도 너무 멋져 영화배우 알랭 들롱(Alain Delon)을 떠올린 것이다. 꿈에서 그 친구는 어느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만났는데 일행의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를 발견하는 즉시 친구에게 "카메라를 달라"며 일행과 함께 자리를 잡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만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셔터를 눌렀는데 처음 보는 신형 카메라의 셔터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아무튼 촬영이 끝나고 친구에게 카메라를 건네자 친구는 방금 찍은 사진을 돌려보고 "너무 잘 찍혔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여행지를 향해 돌아선 것이다. 



이런 꿈이 길몽인지 흉몽인지는 모르겠으나 찬구 때문에 이른 새벽에 일어나 브런치를 열고 <어떤 운명>에 대해 몇 자 끼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는 "장차 우리가 결혼을 하더라도 끝까지 사이좋게 잘 지내자"며 친구들을 좋아했지만, 어느 날 우리 곁을 맨 먼저 떠난 것이다. 


위 자료사진은 하니의 화실 테라스에 핀 하와이무궁화(Ibisco rosa della Cina)로 고혹한 자태이다. 


운명은 그런 것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천년만년 살 것처럼 말하는 것. 그래서 지난주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중심의 작은 공원에서 만난 개미들의 세상을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일개미들이 무리를 지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녀석들의 운명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가 죽는 운명이란다. 그러하고 녀석들은 투덜대는 법이 없이 그들의 운명에 순종하고 살아간다. 만에 하나 우리가 그런 운명을 가졌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일개미의 노동 현장




나무위키의 자료에 따르면, 개미는 벌목 개미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동물 중 하나의 과(科)로써는 가장 성공적으로 번성하고 있는 종류로 말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학자들은 전 세계의 개미 수를 모두 합치면 약 10,000,000,000,000,000 ~ 20,000,000,000,000,000(1경 ~ 2경) 마리가 된다고 추산하고 있다. 엄청난 수이다. 그리고 지구 상에 존재하는 개미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무게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하거나 더 무겁다고 한다고 한다. 



우리가 개미를 너무 얕잡아 봤을까.. 오래전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소설 <개미_Les Fourmis>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인간과 하찮아 보이는 곤충을 비교해 보이며 '나'에 익숙한 인간과 '우리'에 익숙한 개미사회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 인간은 '나의 운명'에 집착하지만 개미는 '조직의 운명'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공원 한쪽 인적이 드문 곳에서 만난 개미들은 부지런히 바쁘게 이리저리 오가며 누군가 흘린 옥수수 칩을 집으로 물어다 나르고 있었다. 자료를 살펴보니 녀석들은 페로몬뿐만 아니라 소리로도 의사소통을 하며 원시적인 녀석들은 몸을 두드리는 것으로도 의사소통을 한다. 아내는 이런 모습 등에 대해 "인간보다 낫다"며 추켜세우기도 한다. 


아무튼 그들의 행동을 살피고 있자니 인간이 알 수 없는 소통의 언어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여러 개미들과 소통을 통해 일을 하고 있었던 것. 무심코 지나칠 때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개미의 세계로부터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들의 운명까지 떠올리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개미들의 세계에서 조차 인간과 유사한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개미는 몸집 대비 가장 큰 뇌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개미의 뇌가 몸무게의 6%를 차지한다는 것.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를 차지한다고 하므로, 개미의 지능은 그 뇌 크기만큼이나 우수하다는 것. 그렇지만 개체별로 똑똑한 개미와 그렇지 않은 개미가 있다고 한다. 이것 또한 인간과 유사한 모습이다. 


위 길냥이 자료사진은 그새 가을이 왔더냥에 실었다. 일개미가 쵤영된 공원(Via Pappalettere)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현대사 70년을 뭉그러뜨린 권력의 시녀 떡검들처럼 지능이 우수한 개미들만 따로 모이는 것은 아니며, 의외성을 기대하기에 개체별로 차별을 두지 않고 섞어서 지낸다고 한다. 거기에 좌뇌와 우뇌조차 다르게 쓴다고 하므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은 인간사회와 매우 유사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도의 권력쟁탈전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 살아온 역사를 참고하면 개미의 세계는 위대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독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 혹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고 사는 건 아닐까.. 세상을 떠난 친구가 꿈속에서 나타난 날, 잠시 개미의 세계를 돌아보고 있다.


il Mondo di Formiche_Via Pappalettere Barletta
il 27 Lugl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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