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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인 May 04. 2022

4. 순환경제와 재활용 모델

제1장. ESG와 지속가능성


4. 순환경제와 재활용 모델

  

기업들의 탈탄소 경영 사례를 고찰하기 전에, ESG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순환경제 개념과 비즈니스 모델을 간단히 살피고 넘어가겠다. 사실 개념으로서 순환경제는 수십 년간 존재해왔다. 오늘날 순환경제는 한정된 천연자원, 즉 석유·석탄과 금속, 광물 자원(희토류)의 채취와 소비로부터 성장을 분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에너지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장과 번영을 이루기 위해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날 천연자원 확보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최근 자국 영토에 대규모로 묻혀 있는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를 무기로 반격에 나섰다. 희토류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란탄 등 희귀 광물질 17종을 가리킨다. 원소주기율표에서 57~71번에 해당하는 물질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 광물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산업에서 필수 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비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다고 한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반도체, 전기차 같은 제품은 물론 미사일, 레이더 등 군사무기의 핵심 부품에 폭넓게 쓰인다. 철강, 세라믹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 의료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독특한 자기적 성질을 띠면서 전자파를 흡수하는 등의 특징이 있어 모터, 자기부상열차, 모니터 등을 만드는 데도 필요하다. 희토류는 ‘희귀할 희(稀)’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매장량 자체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지구 곳곳에 묻혀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의 강원, 충북 등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다만 원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 소량을 얻기 위해 많은 돌을 가공한 뒤 버려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들고 환경에도 해롭다. 선진국들이 자체 생산을 하지 않고 대부분 중국에서 가져다 쓰는 배경이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광물자원 원자재는 앞으로 녹색경제 성장과 상품수요를 위해 더욱 필요해질 전망이다. 이미 구리와 알루미늄, 철광석 가격은 작년부터 급등했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전기차 개발 경쟁이 붙은 가운데,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니켈, 리튬, 코발트 광물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미국 테슬라는 전세계 니켈 광산을 매입하여 자체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고, 한국의 포스코도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 투자하여 포스코케미칼에서 제조하는 양극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처럼 세계는 광물자원 확보와 채굴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오늘날 우리가 지구에서 추출하는 원자재의 양은 1년에 약 1천억 톤에 달한다. 문제는 지구 자원의 소모 뿐 아니라 그것이 일으키는 폐기물이다.  이렇게 추출한 원자재의 절반 가량이 건설에 사용된다. 건설 산업은 전 세계 쓰레기의 약 3분의 1을 만들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 이상이 이 산업에서 나온다. 반면 사람들이 크게 우려하는 항공 산업은 2~3%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원자재를 소비하고 폐기할 때 나오는 "쓰레기"가 너무나 많다 보니 이것 때문에 기후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 전 세계 곳곳에 형성된 쓰레기산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제 일상 문화가 되었다.

      

늘어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지구의 능력은 해가 거듭될수록 약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유엔은 2030년에 세계인구가 83억명~86억명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들 80억 명이 선진국 사람들처럼 풍요로움을 누리려면 지금의 성장 모델로는 불가능하며 자원 사용에 대한 급진적인 개혁이 우선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 점에서 세계각국이 순환경제 모델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본다.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로부터 기회를 얻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점점 더 희소해지고 비싸지는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원치 않는 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서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부(富)’를 창출하는 자원으로 보고, 자원순환을 위한 기술 개발을 통해 재활용 상품 및 부가가치가 높은 재생 원료로 재생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도 활발하다. 예컨대, 수퍼빈(SuperBin)은 AI 기반의 순환자원회수로봇을 개발하여 플라스틱 재활용을 재미있고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우리가 다 사용한 플라스틱을 로봇에다 버리면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구조다. 나아가 ‘플레이크(Flake)’라는 소재는 투명 페트병 쓰레기를 수거하여 고강도로 분쇄한 하얀 가루이다. 이것이 각종 의류의 소재나 산업자재의 원료로 재가공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소재로 높은 가격에 팔린다. 수많은 카페에서 버려지던 커피박(커피찌꺼기)이 커피비누, 커피비료, 커피목재 등으로 탈바꿈되어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런 사례는 폐기물로 간주되었던 것을 다른 용도로 재탄생시키는 생산 및 소비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회수 및 재활용 모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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