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0년간 지탱해 온 성장모델은 미래로부터 자원을 끌어와 성장한 것이므로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인구와 물질적 풍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금속과 광물, 화석연료 등 재생이 불가한 자원의 사용가능성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토지와 산림, 물의 재생력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세계 야생 동물을 대표하는 핵심종 10000종이 1970년 이래로 52%나 감소했다.
간단히 말해 현재의 경제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성장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순환 경제의 우위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순환 비즈니스가 완성되려면, 생산과 판매뿐만 아니라, 제품의 사용과 회수, 폐기도 고려되어야 한다. 즉, 제품 설계나 생산의 과정에서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를 반영한 디자인과 제조를 시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까지 제조업체들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에너지가 독성이 있거나, 오염원이 외거나 재활용이 안 된다 하더라도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상황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것은 재생에너지, 재생된 원료, 바이오 기반 원료를 도입하고, 부품이나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에너지를 회수하고 제품 제조를 개선하고 단가를 낮춤으로써 자산 최적화를 이룩하고 있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순환 공급망 모델’을 채택하여 경영에 활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에너지와 화학제품, 폐기물 산업 에서는 순환 모델이 일찌감치 채택되었다.
순환 공급망 모델은 재생, 재활용, 생분해 원료에 대한 접근성을 기반으로 하여 모든 제품이 생산, 소비, 폐기되는 전체 사이클(lifecycle)에서 지속가능한 재생을 염두에 두고 공급망(value chain)을 재구성한다. 즉, 순환 공급망 모델은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생을 고려하여 사용가능한 원료(원자재)를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친환경 섬유 소재를 제조하는 티케이케미칼 같은 회사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티케이케미칼은 수년간 준비과정을 통해 투명 페트병을 수거해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부 지자체, 관련업계 대표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국내 섬유업계 최초로 국산 폐플라스틱 소재의 섬유 원사 및 재활용 용기 생산 체계 구축을 완성했다.
이런 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기업이 새롭게 구축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문제는 이런 투자에는 일정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어 순환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결단은 왜, 언제, 어떻게 일어날까? 여기에는 기업 내부의 구조적 조건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기존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권에 있는 기업은 변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안정적 평형에서는 변화 자체가 일어나기 어렵다. 안정적 평형은 생성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안정 상태도 아니고 불안정 상태도 아닌 에너지들이 그럭저럭 평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과포화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구조는 아주 작은 변형이 가해져도 평형이 깨지고 상태를 변화할 준비를 갖춘다. 따라서 기업이 순환 비즈니스로 전환하기 위한 특징으로 구조적 조건, 에너지 조건, 역사적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