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환적 사고는 개방형 생태계와 부서 간 소통이 자유로운 네트워크에 적합하다. 서로 이질적이고 연결되지 않은 전문 지식들의 유사성을 발굴하여 소통 가능한 방식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를 자극하고 창조할 수 있는, 상호의존적이며 여러 기능을 갖춘 팀에 훨씬 더 적합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은 마케팅, 영업, 재무, 제품개발(엔지니어링) 같이 수직적 기능을 조직함으로써 효율성과 전문성을 극대화한다. 이 같은 전문 기능 부서들, 서열과 직무의 수직적 계열화로 이루어진 기업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이 크지 않은 한계가 있다. 수평적 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팀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조직에서 변환적 사고는 작동되기 어렵다. 변환적 사고는 지식의 중개, 혹은 기술의 중개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에 이런 중개가 이루어지려면 훨씬 더 가까운 소규모 네트워크가 이루어져야 한다.
변환적 사고는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유사한 아이디어로 유추하는 것이다. 유추를 통해 추론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혁신의 일부가 과거의 지식이나 행동, 효과가 있었던 것을 바탕으로 찾아내기 때문에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지배적 의견, 각 부서별 이해관계나 관행 때문에 어떤 제약조건을 벗어나 시도하기가 사실 어렵다.
품질경영 VS 개념설계
그동안 한국기업은 품질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뛰어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제조 산업에서 품질경영을 주도한 패스트팔로워 리더십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가성비 좋다고 평가받았던 ‘메이드 인 코리아’가 ‘메이드 인 차이나’로부터 계속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고 한국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중국은 기술혁신을 우리보다 더 빠르게 하여 앞서 나가고 있다. 2021~2022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은 세계 1위에 우뚝 섰다. 배터리 분야도 약진하고 있다. 선진국 기술 베끼기에 급급하던 중국이 노선을 바꾸어 독자적인 개념설계를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게다가 중국은 내수시장의 편리한 접근성을 댓가로 선진국 기업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여 개념설계의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굿바이! 패스트팔로워
이대로 있다간 한국은 과거의 성공에 도취되어 도태될 수 있다. 한국의 성장이 정체된 이유는 비즈니스 역량이 실행 단계에서 개념설계 단계로 전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산업발전 과정은 기술발전의 과정과 함께 간다. 설계도를 받아와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가는 산업 때문에 중간소득 수준에 올랐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 전환이 쉽지 않아 삐걱거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막 선진국이라는 연극무대에 올라섰다. 패스트팔로워 실행역량을 중심으로 무대 앞까지 달려왔는데 막이 열리는 순간이 두렵다. 환호하는 관객이 보이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다들 눈치만 보며 무대 밖에서 서성대고 있다. 누군가는 무대 밖에서 입은 의상과 대본을 내려놓아야 한다. 새로운 무대로 나가 갈아입을 의상과 대본을 갖추자. 세계를 선도할 독자적인 개념설계 역량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갖추어야 할 능력이 있다. 서로 이질적인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발명 역량이다.
개념설계의 성공요소 : 발명
개념설계는 과거의 아이디어에 대한 끊임없는 발굴과 연결을 통한 재결합이 바탕이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아이디어 발굴 방법으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ming)이 언급되곤 하는데, 이는 가벼운 아이디어에 해당되는 것이 많다. 즉 이 방법은 아이디어의 질보다 양에 집중하기 때문에 깊이 몰입할만한 아이디어가 아니어서 이것을 실제로 적용할 경우 품질이 떨어질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Deih l& Sorobe 연구, 1991).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의 장>에서 오늘날 산업 간 경계의 붕괴, 경쟁 우위에 따른 해체와 재구성, 급격한 기술 불균형을 설명하고 있다. 슘페터는 기업이 민첩한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다음 3단계 모델을 제시했다. (가) 발명, (나) 혁신, (다) 확산이 그것이다. 발명은 아이디어에 대한 것이고 혁신은 아이디어를 시장성 있는 제품으로 상품 개발하는 것이고 확산은 이 혁신적 제품의 확장을 말한다.
발명 = 문제해결의 변환적 사고
이 점에서 ‘발명’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차원의 발명을 존재의 발생 차원에서 논의한 인물이 시몽동이다. 그는 발명을 세상과 관계 맺는 인간의 기술적 활동으로 보고 새로운 존재자를 ‘창조’하는 본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주목할 것은 그가 발명을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시몽동에 의하면, 발명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등장한다. 어떤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 주체와 대상 사이에 어떤 불일치가 계속될 때 이 간격을 매개하고 해결하기 위해 발명이 요구된다.
발명은 전혀 예측 불가능한 어떤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된 새로운 것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발명된 것은 양립 불가능하고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매개하는 것으로 작업 이전 상태와 이후 상태 사이에 ‘변환기’ 역할을 한다. 문제가 제기되었던 시스템과 그것이 해결된 시스템 사이에는 일종의 도약이 있으며 이 둘 사이의 소통을 구축한 것이 문제해결로서의 발명이다. 주목할 것은 문제해결로서의 발명은 변환 작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변환은 잠재적인 것(potential system)과 현실화된 것(actual system) 사이를 매개하는 작용이자 잠재적 에너지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변환은 양립 불가능성과 불일치의 문제적 상황을 새로운 차원의 구조나 형태를 발생시켜 해결하는 작동이자 사고능력이다. 따라서 발명은 문제를 해결하는 변환적 사고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