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단락에서는 한국이 직면한 대외적인 중대한 문제를 고찰하고, 그 대응방안의 하나로서 사고방식이 변화해야 함을 역설하고, 변환적 사고에 관해 소개하였다. 나아가 한국기업은 품질경영에서 개념설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고, 이를 위해 변환적 사고에 토대를 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세기 한국경제를 주도해 온 패스트팔로워 리더십은 존경과 신뢰를 잃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리더십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은 새로운 세계관에 바탕을 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관한 인식의 전환 없이 기업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창조한 세상은 우리 사고방식의 산물”이라고 했다. 그만큼 우리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뿌리 깊은 사고방식(mental model)을 갖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고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새로운 사고방식이 없이는 미래가 와도 아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리더십의 진정한 역할이다.
세계 인식의 전환 : 실체에서 관계로
오늘날 리더는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대립하는 세계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리더는 세상이 사물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사물들이 모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나아가 그 사물들이 질적 차이를 가지며 때로 적대적인 잠재적 에너지로 가득 찬 준안정적 상태를 이루고 있음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는 이런 불일치한 부분들을 소통시키는 관계(relation)의 작동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모순을 가능한 공존시키면서 상호협력의 관계맺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이것이 오늘날 적합한 리더십이다. 이런 사고 역량은 모순을 없애는 변증법적 종합이 아니다. 이것은 모순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로운 관계를 찾는 변환적 사고이자 역동적 관계론에 기초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매개하면서 인간을 새로운 위상의 존재자로 변화시키는 것, 소통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창조하는 것이 변환적 사고의 리더십이다.
변환적 사고와 리더십
앞서 언급했듯이 발명은 탁월한 천재의 능력이 아니며 무(無)로부터의 창조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바탕으로 유사한 작동 방식을 가지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발명이자 변환적 사고이다. 발명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연속적이지만 부수적인 개선’인 것과 ‘불연속적이지만 본질적인 개선’이 그것이다. 가령 3극관으로부터 5극관으로의 구조적 변환의 사례가 이전 기술로부터 새로운 구조를 발생시키는 불연속적인 도약이다. 또한 갱발(Guimbal)이 발명한 터빈 역시 기술적 환경(발전기의 조건)과 자연적 환경(바닷물 이용) 사이의 양립 불가능한 문제를 물과 기름이 상호협력적으로 절연하고 방수하고 냉각까지 가능한 구조를 발명함으로써 해결했다.
최근 폐타이어 재활용 사례 역시 변환적 사고의 발명 사례이다. 폐타이어를 업사이클링한 슈즈 브랜드 TREAD&GROOVE 는 자동차 폐기 후 버려지는 타이어가 가진 높은 기능성과 접지력을 신발의 밑창으로 적용한 업사이클링을 하여 다양한 신발 라인업을 탄생시켰다. 이는 ‘자동차-타이어’의 관계와 유사한 작동방식을 가진 ‘인간-발’의 관계에 착안하여 발명한 것으로 시몽동이 제시한 A : B = C : D 의 유비적 변환 논리를 잘 드러낸 사례이다.
이처럼 발명은 전혀 예측 불가능한 어떤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역량이다. 여기서 발명의 역설이 존재한다. 어떤 것이 완벽하게 예측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존재론적 새로움을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서 발명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우연의 산물에 불과한 것으로서 발명이 아니다. 바로 이 긴장이 발명의 상황에 특징적인 것으로서 문제의 형태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거나 혁신을 일으키는 인물이 기술자이거나 발명가이다. 이런 기술이나 발명적 역량을 가지고 창업을 하면 기업가가 된다. 기술자이면서 기업가인 사람은 서로 영역이 다르거나 유래가 다른 기술들의 기능적 작동을 상호 협력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어떤 기술적 형태를 실현하는 역량이 있다. 이 때 발명적 상상력이 요청되는데, 이는 다양한 조합들의 발견에 의해 가능하다.
요컨대, 발명적 역량을 가진 기업가는 과거에 개발되었거나 이미 존재하는 기술적인 요소들로부터 출발해서 바로 그 기술적 요소들로부터 그것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질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적 통합체를 발견하는 기술적 활동의 주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발명을 통해 불일치한 기술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주체는 단순히 노동하는 개체가 아니라 기술적 차원의 모순되는 것들의 문제해결을 초월하는 어떤 도약을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모순되는 것들을 새로운 관계로 연결하는 인식이 변환적 사고이며, 이러한 사고에 기반한 리더십을 변환적 리더십이라 정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