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부터 8장까지 변환적 사고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런 사고가 적용된 국가외교, 기업혁신, 도시변화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제9장에서는 개인의 삶에 나타나는 변환적 사고에 관해 다루고, 이를 적용한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변환적 사고는 모순을 해결하는 역량의 수준을 말한다. 사실 개인에게 나타나는 변환은 삶의 부분적 수정이 아닌, 급진적인 변화를 동반할 때가 많다.
우리의 삶은 온갖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다. 돈 때문에 행복하고 돈 때문에 괴로워한다. 불운으로 인해 행운을 경험한다. 사람을 사랑하면 할수록 미움도 커진다. 승진하면 기쁘지만 책임질 일이 많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실직을 당해 살아갈 날이 막막하지만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 하던 일을 계속하면 안정되지만 진부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 두렵지만 설레임에 가득찬다.
1) 모순 수용하기
중요한 것은 이런 모순이나 갈등 때문에 변환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열과 갈등이 없는 안정된 상태에서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보통 주어진 문제적 상황에 더 이상 맞서지 않고 자신의 힘을 내려놓을 때에 발생한다. 이제 우리를 둘러싼 문제적 환경, 그 갈등 구도나 이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더 상위 차원의 힘들과 같은 여러 힘들까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런 힘들을 적극 다루어서 문제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마흔이 훌쩍 넘었는데도 분가를 안하고 부모와 거주하고 있는 노처녀를 생각해보자. 부모는 딸에게 걸핏하면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를 준다. 딸은 부모의 역정이 듣기싫어서 독립할 마음이 있지만 혼자 살아갈 것이 두려워 분가를 못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이 관계는 숨겨진 갈등이 폭발 직전이지만 그것을 방치한 상태이다. 부모는 딸이 걱정되어 분가를 못시키지만 딸이 밉다. 딸은 부모가 짜증나지만 분가하려니 두렵다. 이런 갈등이 붕괴하려면 우연한 사건(=때)을 기다려야 한다.
2) 모순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갈등관계를 바꿔라
우리가 당면한 버겁고 답이 없는 모순된 상황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 모순은 복잡한 것인 경우가 많다. 문제가 단순하지 않고 상반된 두 가지 현실이 두겹 세겹으로 얽혀 있다. 내적 모순으로 가득 찬 형태는 여러 가지의 복잡함이 겹친 상태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과년한 딸은 이미 부모의 품을 떠났어야 한다. 떠나지 못함은 심리적으로 의존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도 있다. 직장생활을 한 딸은 저축해 놓은 돈이 적다. 하지만 은행 대출을 일으켜 집을 얻고 원금을 갚아갈 생각도 없다. 부모의 집이 머물러도 되는데,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있는가? 부모와의 감정적 마찰이 파국으로 치달았더라면 진작 독립하고도 남았으리라. 부정적 감정을 견딜 만 하기 때문에 부모와 살아온 것이다. 이 점이 모순된 감정을 경험하는 능력이다. 딸은 부모를 사랑하면서 원망한다. 자신에게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일관성 없이 모순된 행동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이 불확실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모호한 상황과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고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로 더 행복해지고 건강하며 중요한 변화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높은 수준의 결정을 더 잘 내린다. 불확실성 또는 일관성 없음을 인정하는 것은 대결보다는 해결을 지향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확실한 앎도 좋지만, 자기 확실성 때문에 우리 내부의 고유한 모순과 적대자에게 느끼는 모호성을 보지 못하면 편향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가 먼저 자신의 모순점을 알고 받아들이면, 상대의 모순점도 용인하게 되는 단계가 된다.
하지만 자기모순을 보지 못하고 외부 상황이나 적대자를 회피하기만 하면, 사태는 우연한 사건이 닥칠 때까지 점차 악화된다. 이런 우연은 고집스러운 나를 변화하도록 하는 씨앗으로 작동하는데, 이것을 혼란, 붕괴, 파탄으로 여기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삶의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사고활동이므로 급진적이다. 이런 내적 모순의 극복 메커니즘을 변환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