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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탄소중립, 탄소자산, 탄소포집

by 유랑인

제1장. ESG와 지속가능성


3. 탄소중립, 탄소자산, 탄소포집

ESG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난감한 상황에 처한 곳은 석탄, 석유와 LNG 등 화석연료 발전소를 보유한 에너지기업이나 이런 연료를 대량 소비하는 기업이다. IT 기업들처럼 탄소에서 자유로운 기업들은 기존 사업을 영위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쉬운 조정을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가치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업체 넷마블이 최근 새롭게 마련한 사옥 G타워는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 건축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타워는 지난해 녹색건축인증 최우수등급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을 인증받아 구로의 친환경 건축물로 자리잡았다.

반면, 탄소자산을 가득 짊어졌거나 탄소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기업의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탄소중립을 마련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탄소중립은 ESG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로서 탄소집약적 기업들의 녹색전환(GreenTransfortation)을 요구한다. 이 방법은 둘이다. 하나는 기존 탄소자산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 즉 풍력이나 수소와 같이 탄소를 아예 발생시키지 않는 녹색자산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석탄발전소나 정유공장, 철강제련소 등 탄소자산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탄소기술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덴마크 해상풍력 기업 오스테드(Orsted)이다. 오스테드는 1972년에 설립된 석유와 천연가스 유통기업으로 2000년 초반부터 발전소 사업에 진출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 사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통해 현재는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 기업이 되었다. 이 회사는 2025년 탄소중립 선언에 더해 2040년에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까지 중립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6년간 오스테드 순이익은 2배 이상 늘었지만 탄소중립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다. 탄소포집 및 저장·활용이라는 뜻의 CCUS는 이미 발생한 탄소를 대기 중에서 따로 포집하여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주는 고강도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 CCUS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수송 과정을 거쳐 땅 속 또는 해저에 저장하거나 화학 소재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CCUS가 녹색경제로 나아가는 전환기술, 또는 중간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CCUS는 현실적인 탄소감축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IEA가 발표한 ‘파리협약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별 기여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 향상(37%), 재생에너지(32%) 등이 주요한 감축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재화의 생산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미 대기 중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탄소를 ‘흡수 및 제거’하는 방법이다. 산림을 통한 자연 기반 흡수원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방법은 친환경 기술을 활용한 CCUS뿐이다. 이미 발생한 탄소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해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 법안에 향후 5년간 85억 8000만 달러를 CCUS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한국정부 역시 부랴부랴 CCUS 투자에 나섰으며 CCUS 인프라 설계와 시공 기술을 가지고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가 손꼽히고 있다.


전자든, 후자든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사업을 해온 탄소기업이나 탄소배출 규모가 높은 기술이나 원료를 사용해온 한국 기업들은 기존의 사업모델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전환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제조 강국으로서의 세계적 위상을 가진 한국에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집약적 기업이 널리 포진해 있다.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출액이 상위에 랭킹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전력에너지 구성 측면에서도 석탄발전소의 비중이 낮지 않다.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동력 비중은 전체 전력원의 8%에 지나지 않는다. 92%가 석탄발전이나 화력발전에서 생산된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조차 미약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ESG 시대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기에 취약한 형편에 놓여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기업을 비롯한 탄소집약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전환기에 살아남기 위한 체질개선이 시작되었다. 다음 단락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기업들의 탈탄소 전략과 방법을 유형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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