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숲

시인이 쓰는 에세이

by 유명종

그곳은 아프리카 초원 같다. 어떤 때는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 같기도 하다. 숲의 서쪽과 동쪽은 바다다. 어느 날 갑자기 생겼는데, 땅에서 솟았다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득히 먼 곳에서 날아왔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남북의 길이는 십 리, 동서의 길이는 사백 리나 된다. 옆으로 길게 길게 누운 모습이 하늘에서 보면 마치 푸른 구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곳에선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어둡고 긴 침묵이 흘러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다. 얼마나 조용한지 밤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백 리 밖에서도 들린다. 간혹 불화살이 날아다니고 긴 침묵을 깨는 굉음이 지축을 흔드는데, 그때마다 풀과 나무가 숨죽이며 떤다. 물고기는 공중으로 튀어 오르고, 고라니와 멧돼지는 미친 듯이 날뛴다.


공기는 아마존처럼 맑지만, 시리도록 맑은 공기가 무색하게 이곳에서 나는 소리는 모두 괴상하다. 천둥소리와 동물의 비명, 기계의 쇳소리를 섞어놓은 듯한 소리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몇백 리 밖 사람들의 귀를 때린다. 구렁이처럼 생긴 긴 숲이 사람들의 인생과 상상력을 지배한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참으로 이상한 숲이다. 사람들은 이 숲을 비무장지대라고 부른다.


2025-1224-이상한 숲-소이산에서 바라본 철원평야 풍경-이학균.jpg 소이산에서 내려다본 철원평야. 저 들 너머 산 아래가 비무장지대이다. 사진_이학균






*비하인드 스토리 behind story

예전에 쓴 글을 다듬고 수정했습니다. 글 제목은 이상엽 사진가의 사진에서 따왔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