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쓰는 에세이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었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박정희의 군사 반란 시기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먼저 이 소설의 주인공 옥희에게 깊은 응원을 보낸다. 그는 우리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식민지와 내전, 국가 폭력. 야만의 시대였다. 게다가 그땐 가부장 문화까지 펄펄 살아 있었다. 냉혹한 시대엔 아이와 여자에게 더 냉혹한 법이다. 옥희의 삶이 이를 웅변해 준다. 가난, 기생, 유성영화에 밀린 무성 배우의 삶, 그리고 해녀.
소설이 끝날 무렵 옥희는 독백처럼 이렇게 말한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걸 잊게 해주기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걸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하지만 그의 사랑은 이미 떠났다. 그를 품어준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시대도, 사람도 아니었다. 제주의 자연이었다. 옥희의 마지막 고백은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나는 마침내 바다와 하나였다.”
나의 한 줄 평은 이렇다.
“야만의 시대를 산 수많은 옥희에게 바치는 슬픈 서사.”
*비하인드 스토리 behind story
≪작은 땅의 야수들≫은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