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여태 그랬듯
이 또한 지나가게끔 참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모든 게 진짜가 될까봐 두려웠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조차
죄처럼 느껴졌고,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건
‘약한 사람’처럼 보일까 겁이 났다.
그러니, 참았다.
버티고 또 버텼다.
언젠간 나아지겠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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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내 마음의 여백만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새벽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의 얼굴 앞에서도,
그 얼굴을 지키느라 밤을 지새운 아내의 눈빛 앞에서도
나는 점점 말문이 막혔다.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자책감,
아내가 홀로 감당하고 있다는 무력감.
그리고 팀에서마저
내가 서 있을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
모든 게 뒤엉켰고,
나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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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참는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구나.
말하지 않는다고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었고,
묵묵함이 반드시 미덕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참는 동안
내 곁에 있는 사람들만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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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하기로 했다.
“감독님, 저는 지금 가족을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를, 아내를, 그리고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휴직을 하고, 이 자리를 내려놓고자 합니다.”
그 말을 꺼내기까지
수없이 망설였고,
그 말을 듣는 상대의 얼굴을 상상하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결국, 그 말을 꺼내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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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도 마음은 무겁다.
모든 걸 정리하고 나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자리를 공허함과 책임감이 채운다.
팀을 떠난다는 것,
익숙한 환경을 떠난다는 것,
그리고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함께 몰려든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선택이 도망이 아니라는 걸.
이 용기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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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용기.
그건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건 내가 내 삶의 목소리를 되찾겠다는 선택이다.
이제 나는
누군가의 지시에만 따르는 ‘조용한 코치’가 아니라,
내 인생을 직접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