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만난 인연들을 떠올리며…
여행 중에 만난 이름 모르는 사람들이 몇 분 계신다. 어디에 사시는지, 어떤 일을 하시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다만 그저 기억이 나는 것은 그들의 강렬한 눈빛과 살아있는 표정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잠시 이야기를 나눔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오래도록 기억이 난다는 것은 그들에게 무언가 엄청난 특별함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 내가 가지지 못한 강인함이었거나 지극히 남을 배려하는 따뜻함이었거나, 어쩌면 살면서 한 번도 꿈꾸지 않아 본 일에 도전하는 정신에 대한 놀라움 때문이었으리라. ‘A Viagem(여정)’이라는 책을 만나는 순간 어느새 내가 만난 그들이 머릿속에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곳은 늘 비슷하듯이 아프리카에도 용감한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이나야(Inaya)는 잃어버린 오빠들을 찾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정에 오른다. 그 길 위에서 온갖 어려움에 부닥치지만 결국은 은인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한다. 철사 인형에 말린 옥수수 잎으로 감아 소녀의 모습이 더욱 가냘파 보이지만 그녀의 대담한 용기는 스토리를 끝까지 힘있게 끌고 간다. 여행 중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이나야와 같이 강인함이 유독 돋보였던 것 같다. 70살을 향해가는 나이임에도 자신만의 느슨한 속도로 긴 여정에 오르시거나 아니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이 친구와 함께 둘만의 모험을 향해 떠나기도 하였다. 또한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대화 기술로, 세상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마음을 활짝 열 수 있게 도와주신 분도 계셨다. 게다가 중년의 여성 한 분은 혼자서 커다란 배낭을 어깨에 메고 씩씩하게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하신 분도 뵈었다. 그것도 벌써 세 번째 혼자만의 도전이라고 하셨다.
책 표지에서 다섯 인형 중 가운데 서 있는 소녀가 이나야이다. 그녀의 시선을 보았을 때 길잃은 형제들 쪽을 바라보며 매우 걱정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두 주먹 불끈 쥔 게 보이지는 않지만, 왠지 오빠를 반드시 찾아내려는 의지도 느껴진다. 뒤에 서 계신 부모님의 지지도 소녀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소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내가 만났던 분들은 과연 무엇을 찾아 떠나셨을까. 혼자서 굳세게 또는 마음 맞는 동반자와 함께, 나이에 상관없이, 성별과 관계없이 말이다. 그들의 용기,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 등은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내가 만난 분들은 분명 금은보화를 찾기 위해 보물섬으로 떠난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추측을 해보건대 더욱더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답을 찾으러 떠난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만나며 느꼈던 잊지 못할 강한 눈빛과 빛나는 마음은 모두 그들의 진심을 알아주고, 아껴주며, 응원해준 주변의 마음들에서 파생된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나의 여정에서 만난 그들을 떠올리며 나와 내 주변에도 그들의 열정이 한 조각쯤은 전달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