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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을 Jul 23. 2024

나는 우주최강 학원강사가 될 거야.

#1. 나는 학원강사입니다.

나는 지방거점국립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우리 과 사람들의 85% 이상은 보통 선생님이 되려고 임용고시를 본 후 지역 내에서 선생님이 된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지만, 적어도 내가 대학 다닐 시절에는 그랬었다. 나 또한 4학년까지 학교 선생님이 나의 꿈이라고 믿으며  공부했다. 모두는 아니었을 수 있지만 4학년은 학교생활을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졸업 후 1~3년 정도 임용고시를 공부 후 합격한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살 거라고 생각했다. 별로 공부하지 않고 본 4학년 첫 임용시험에서 커트라인에 매우 근접한 점수를 받았다. 내년만 수험생활을 하기로 결정하고 언니가 사는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대학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급격히 안 좋아졌고, 1년 동안 임용고시만 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알게 되었다. 대학생 때도 과외하며 용돈은 내가 직접 벌어서 썼지만, 수험생활을 하면서도 가능할까 걱정을 하며 서울에서 학원아르바이트를 알아보았다. 말 그대로 아르바이트였다. 학원 면접에 합격하고 첫 출근하는 날, 나는 그날 충격을 받았다. 중고등학교 때도 학원보다는 과외를 선호했고, 대형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었어서 더 놀랬을까?

들어가자마자 넓은 교무실 안에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의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촌스러운 나와 다르게 매우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자신에 일에 몰두하고 계셨다. 임용고시하면서 부가적인 용돈을 벌기 위해  대충 일해야지 라는 나의 생각이 부끄러워졌다.


간단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내가 담당하는 반에 가서 아이들을 얼굴을 보고 칠판을 보는데  형용할 수 없는 설렘이 느껴졌다. 이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서 잘 가르치는 강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과, 얼른 돈을 벌어서 시험공부해야겠다 마음이 공존했다. 몇 주 동안은 나의 계획대로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는 출근해서 학원강사의 삶을 살았다. 그런 생활을 몇 주 하다 보니 이러면 이도저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결정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불안정한 프리랜서 학원강사, 안정적이고 나의 대학시절 꿈이었던 학교선생님. 주변의 만류도 있었고, 특히 부모님이 탐탁지 않아 하셨지만 난 잘 가르치는 우주최강 학원강사가 되기로 다짐했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 없는 완벽한 결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정하기 전에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겠지만 일단 결정했다면 선택하지 않은 삶을  후회하며 살고 싶지 않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면 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학원강사의 삶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생각해 보면 이 결정이 부모님의 의견을 듣지 않고 처음으로 한 독립적인 선택이지 않을까?


#학원강사, #영어교육과, #임용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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