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는 매우 계획적인 사람이다. 무엇을 살 때, 어디를 갈 때 등 일상적인 부분에는 다양한 사항들도 비교하고 결정을 내린다. 아이러니하게 나의 진로에 있어서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어학원 마지막 출근 날,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의 20,30대 가장 열정적인 시기를 불태웠던 곳, 학원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나는 어떨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주변 동료선생님, 학생들, 학부모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약 7년간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제 현실이 눈에 보였다.
나 이제 뭐 하고 살지? 다시 학원 쪽으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선택의 폭은 더 좁아졌다. 영어교육과졸업, 했던 일은 가르치는 일밖에 없는데 어떤 회사가 나를 써줄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막했다. 20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갑자기 생긴 자유시간, 친구랑 전화하며 근황이야기를 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친구인데 최근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말을 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도 적어지다 보니 TO가 예전만큼 나오지 않다 보니 공무원을 준비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공무원시험, 공시생 뉴스에서만 들었던 단어들이다.
공무원 시험은 대학, 경력 이런 거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직 시험으로 합격이 정해지는 시험이다.
백지 같았던 나의 마음에 드디어 조금씩 글과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하다는 공무원 합격사이트를 들어가 프리패스를 결제했다. 퇴직금과 모은 돈도 있지만 결혼자금에 써야 하니 공무원 시험에 모든 걸 투자하는 건 나에게 부담이었다. 나의 남편 M이 자신이 돈을 버니깐 공부에만 몰입해도 된다고 말했다. 말은 너무 고마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대학시절부터 일을 해왔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입이 없다는 불안감이 매우 클 것 같았고, 공부하면서 충분히 공무원 공부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공부하며 대형학원의 빡빡한 스케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작은 학원 파트타임을 알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