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포기할 때도 용기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투자한 시간, 돈, 노력이 아까워서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포기를 하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20대 중반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를 한 번 본 후 바로 서울 대치동 쪽에 있는 어학원에 취직했다.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처럼 잘 가르치고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어강사로서 일을 시작했다.
사교육 시장은 내가 초반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가르치는 것 외에도 많은 일들을 해야 했다. 아이들이 나 때문에 영어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학부모님들이 감사하다고 말했을 때, 아이들이 영어 성적이 올랐을 때 등등
생각해 보면 행복했던 추억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시끄러운 상황보다는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즉흥적인 상황보다 계획적인 상황에 편안함을 느낀다.
나를 점점 알아갈수록 나와 맞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쏟는 시간보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들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교육 시장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달려 나가는 나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니 많이 외롭고 힘들어 보였다. 많은 고민 끝에 7~8년 동안의 영어강사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대학교도 영어교육 쪽이다 보니 거의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내내 교육 쪽을 공부하고 일했었다.
처음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 때 주변 사람들도, 나의 가족들도 대부분 말렸다. 조금만 더 하면 돈도 더 벌고, 내 학원을 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나름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고 생각해서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포기하려고 용기를 냈다.
신기한 게 맨날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만 하고 퇴사생각은 별로 안 했는데 어느 순간 용기가 났다. 오랫동안 학원에서 일했기 때문에 원장님께서는 휴식을 취하고 다시 돌아오라고 한 달만 파트타임을 하라고 제안해 주셨다. 솔직히 그때 고민했다. 지금 신체적으로 힘드니깐 고민하는 거 아니야? 그냥 여행하고 돌아오면 괜찮아질 수도 있잖아? 라며 내면 속 나의 여러 자아들이 싸웠다.
주말에 조용한 장소에 가서 나의 내면에 소리에 집중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을 도전하지 않는다면 후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일도 소중하지만 난 나의 사랑도 가정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선택한 답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다시 돌아오면 된다. 이런 생각이 드니, 쫄보였던 나도 없던 용기가 생겼다.
선택과 포기는 한 세트라고 한다.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어느 하나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물론 지금 선택한 이 길이 답이 아닐 수 있지만,그때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 포기한다고 내가 틀리거나 실패한 것이 아니다.
포기는 또 다른 선택인 것이다.
잠시 넘어지더라도 훌훌 털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가면 된다. 세상에 필요 없는 경험은 없으니 분명 나의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