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기를 놓지 않겠다는 결심이 무색하게도 3월 4월 모든 것을 놓게 되었다.
일하는 곳에서 생긴 일로 한 달 꼬박 마음고생을 했다.
늘 그렇듯 안 좋은 일로 마음을 쓰고 나면 몸이 아프다.
대상포진에 급체에 이렇게 계속 아플 수 있나 싶게 아팠고 , 그 중간중간 아들이 추임새를 넣듯 아팠다.
아들과 집 앞 365 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 다녔던 봄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번 봄엔 벚꽃을 본 제대로 본 기억이 없네.
겨우내 기다렸던 프로야구 개막식도, 누구나 이야기하던 '폭삭 속았수다' 도 보기가 힘들었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인데 작은 웃음 한번 없이,
매해 이맘때 핸드폰 사진첩을 가득 채우던 벚꽃사진 한 장 없이 보냈다.
구글 포토에서 친절하게 몇 년 전 봄 사진을 보여준다.
아이와 남편이 벚꽃나무 아래에 찍은 사진에 왠지 마음이 먹먹해진다.
유치원생 아들은 귀엽고, 지금보다 젊은 남편의 모습도 반갑다.
생각해 보면 그때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을 때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웃고 있는 우리가 반짝반짝하다.
우리가 사는 동안 아무 걱정 없이 행복과 평온함만이 주어지는 때가 있을까.
아무 걱정 없이 읽고 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그런 때를 만나는 건 아마도 희박하지 않을까 싶다.
죽을 만큼 불행할 때에도 탈탈 털어보면 쌀알만 한 작은 기쁨 하나라도 있었을 텐데.
늘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삶이 어떤 모습이든 긍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 과정을 성찰과 사유, 글쓰기로 채운다면 나는 더욱 단단해지겠지.
그래, 다시 써야겠다.
두 달 만에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