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스며든 새벽이었어요.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었고,
시간조차 숨을 죽인 듯 고요했죠.
그 속을 가로질러,
분홍빛의 나비 한 마리가 조용히 날아왔습니다.
그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고,
세상의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저 자신만의 리듬으로,
공기 속을 헤엄치듯 천천히 움직였죠.
그 모습은 마치… 잊힌 기억의 한 장면 같았어요.
분홍 나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날갯짓에는 마음을 울리는 속삭임이 담겨 있었죠.
“기억해… 너는 잊은 적 없었어.”
그녀를 바라보며 문득 떠올랐어요.
어린 시절, 풀밭 위에서 손바닥에 내려앉던
그 작은 나비.
그 순간이, 그 감정이… 다시 나를 찾아온 걸까요?
분홍 나비는 내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으로 다가왔어요.
말로는 닿을 수 없는 감정들.
내가 애써 외면했던 기억과,
아직도 끝내 말하지 못한 사랑.
그 모든 것을 조용히 어루만져주었죠.
그리고 아주 작고 투명한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당신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아직 품고 있어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그녀는 어쩌면 내가 놓쳐버린 나의 일부였다는 걸.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순수한 감정의 조각이었다는 걸.
햇살이 숲을 깨우기 시작하자,
분홍 나비는 빛에 스며들며 천천히 사라졌어요.
마치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 따뜻한 떨림은, 분명히 남았어요.
어쩌면 언젠가, 아주 조용한 순간 속에서
그녀는 다시 돌아올 거예요.
그리고 또 한 번…
나지막이 속삭여줄 거예요.
“당신은 여전히, 그 꿈을 안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