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어둠에서 피어난다.
햇살이 닿지 않는 마음의 틈,
말없이 젖어가는 감정의 그늘에 조용히 뿌리를 내린다.
누구도 심지 않았고, 누구도 바라지 않았지만,
그 꽃은 어느 날 문득 마음 한가운데 피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습기 어린 안개 같았다.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지고, 말수가 줄고,
잠이 얕아졌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 속 내가 아닌 나와 마주하며 깨닫는다.
아, 이건 지워지지 않는 무늬,
내 안에 피어난 우울의 꽃이구나.
이 꽃은 화려하지 않다.
은은한 회색빛, 혹은 잿빛 보랏빛.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 꽃은 눈에 띄지 않도록 피어난다는 것을.
하지만 그 향은 오래 남는다.
조용하고 짙고, 가끔은 아름답기까지 한 고요한 향기.
우울의 꽃은 상처를 양분 삼는다.
지나온 슬픔, 고인 눈물, 말하지 못한 고백,
닿지 못한 그리움.
모든 아픔을 빨아들여,
그것으로 자신을 더 단단하게 키워낸다.
그래서 이 꽃은 쉽게 지지 않는다.
지독하게 오래도록 피어 있다.
하지만—
그 꽃도 결국은 살아 있는 것.
언젠가,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아주 작은 관심,
혹은 스스로의 한숨 속에서
천천히 시들 수도 있다.
우울의 꽃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그 꽃은 우리가 버텨온 시간의 증거이고,
아직 살아 있다는 조용한 외침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