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가장 느린 방법

by 윤지안


어느 날,

나는 내 마음속에 오래된 그림자 하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보면 슬며시 고개를 드는,
말없이 가슴을 눌러오는 작은 불안.
그 이름이 열등감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오래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이 감정을 부끄러워했다.
남들처럼 밝고 강한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면
조금 더 편히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그래서인지 열등감은 내 마음의 구석을 떠도는
몰래 숨겨둔 상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그 감정을 조금씩 가까이에서 바라볼 용기를 냈다.
피하려고 할수록 더 커지는 그림자처럼,
곁에 두고 천천히 바라볼 때 비로소 작아지는 존재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알고 보니 열등감은
나를 미워해서 붙어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지키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너는 더 잘할 수 있어.”
“조금 더 너 자신을 돌봐.”
말은 이렇게 하지 않았지만
그 진동만큼은 조용하고도 간절하게 전해져 왔다.

누군가를 질투할 때,
그 감정의 근원에는 항상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나를 스스로 향해 조금 더 걸어가게 만드는
아주 작은 용기의 씨앗이 되어주었다.

나는 이제 열등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저 필요할 때 가볍게 꺼내어 바라본다.
너무 아프지 않을 만큼만,
나를 잃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때때로 열등감은 아직도 나를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그 흔들림 때문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것도 있다.
아, 내가 더 좋아지고 싶은 마음이 아직 있구나.
아, 나는 여전히 나를 포기하지 않았구나.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조금씩, 정말 조금씩이지만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빛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가고 있어.”

열등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감정은
나를 아프게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나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가장 느리고도 다정한 길잡이로 남아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천천히, 조심스레,
하지만 계속해서 나를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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