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전부터 내 마음 안에
작은 숲 하나를 키우고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 날이면 더 짙어지고,
햇살이 강한 날이면 그늘 속으로 숨어버리는 숲.
그 안에는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들이
나뭇잎처럼 소리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 그루의 나무는
유독 그림자가 길었다.
다른 나무들보다 조금 더 왜소했지만
그 잎은 조금 더 짙었고,
줄기에서는 묘하게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나는 그 나무를 지나칠 때면
가슴 깊은 곳이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바로 나의 열등감이었다.
한때 나는 이 나무가
숲 전체를 어둡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저 나무만 없으면 풍경이 더 밝아질 거라고,
다른 나무들이 더 자유롭게 자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베어내려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손을 대는 순간
무언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너의 일부야.
나를 없애면, 너도 조금 사라져.”
그 말은 바람처럼 가볍고
파도처럼 오래 머물렀다.
그제야 나는 눈을 들어 주변을 다시 보았다.
열등감이라는 나무가 만든 그늘 속에서
다른 작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수줍음, 조심스러움, 그리고…
천천히라도 앞으로 가려는 마음.
빛을 향해 몸을 기울이는 작은 새싹들이
그늘 아래서도 숨을 쉬고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숲에는 어둠도, 빛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걸.
그늘이 있어야 습기가 고이고,
습기가 있어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걸.
열등감이라는 나무도
그 나름의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는 걸.
그날 이후로 나는
그 나무를 피하지 않는다.
어두운 잎을 조용히 바라보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조금씩 차분해진다.
그 나무는 여전히 작고,
여전히 그늘을 드리우지만
나를 삼키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나에게 말없이 알려줄 뿐이다.
“네가 부족하다 느끼는 마음도
너를 앞으로 밀어주는 바람이 될 수 있어.”
숲은 그런 식으로
나를 이해하게 만든다.
빠르게가 아니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치 새벽 안개가 걷히며
세상이 형태를 찾아가는 것처럼.
그래서 오늘 나는
숲길을 따라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그늘 아래의 고요함과
햇살 사이의 떨림을 모두 느끼며.
그리고 안다.
내 안의 숲은 완전하지 않아도,
그 불완전함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