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거울 속의 내가 나보다 먼저 깨어나는 순간을
자주 본다.
내가 고개를 들기 전,
거울 속의 얼굴이 미세하게 떨리며 눈동자를 굴린다.
언젠가부터 그 존재는 나를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앞서 움직이며
내가 할 선택을 먼저 시험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균열은
나의 내부에서 천천히 번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식하는 나와 바라보는 나,
말하는 나와 침묵하는 나.
우리는 같은 몸을 쓰면서 서로 다른 시간을 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틈새로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들었다.
처음엔 작고 투명한 날개였다.
나는 방 안에 나비가 들어온 것쯤으로
가볍게 넘기려 했지만,
날개를 파닥일 때마다
내 머릿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감각이 뒤따랐다.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몸을 비틀었다.
나는 직감했다.
이 나비는 밖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가장 어두운 틈에서 부화한 존재라는 것을.
밤마다 나비는 내 머리맡에 앉아 속삭였다.
그 소리는 귀에서 나는 바람의 파동처럼 느껴졌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너는 너를 믿지 않잖아.”
맞는 말이었다.
나는 늘 내가 하는 말을 의심했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미루었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진짜일 리 없다’며 깎아냈다.
그러자 나비는 웃었다.
날개의 무늬가 점점 나의 홍채 색과 닮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비는 내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 나비의 그림자에서 태어난 쪽이었음을.
그 순간, 거울 속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거울 속의 ‘나’는 미소를 지었고,
등 뒤에서 날갯짓 소리가 났다.
나는 기겁하며 뒤돌았지만,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발목 부근에서
한 점의 차가운 기류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가 걷는 길 위에
항상 작은 비늘 조각이 떨어지는 것을 본다.
나비의 날개에서 벗겨진 것인지,
아니면 내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는
또 다른 단층인지 모른다.
때때로 나는 나비가
내 안을 한 겹씩 벗겨내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나라고 믿었던 생각들, 감정들, 기억들…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나비가 남긴 허물 위에 쌓인 것일 뿐이라는 듯.
어쩌면 나비는 더 오래된 나이고,
나는 방금 만들어진 껍질일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니,
내 등 뒤에서
아주 얇은 무늬가 펄럭이는 것처럼 보였다.
투명하고 가느다란, 나비의 첫 번째 날개.
나는 알았다.
언젠가 이 몸은 나에게서 부화할 것이다.
그때 나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의 나는—
그저 기생을 허락해 준 번데기 같은 껍데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나비는 완전히 자라나,
내가 남긴 이 얼굴을 쓰고 세상 밖으로 날아갈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겠지만,
가끔 거리에 떠도는 나비를 보면 조심스레 확인해보아야 한다.
그 날개의 무늬가,
혹시 내가 버린 얼굴을 달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