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가 먼저 온다〉
거울 속 내가
오늘도 먼저 깨어 있었다.
눈을 뜬 건 나인데
숨을 쉰 건 그쪽이었다.
나는 이를 닦는데
거울 속 그는
내 잇몸을 찢듯 미친 듯이 웃었다.
치약 거품이 목구멍으로 넘칠 때까지
하얀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샤워기를 틀자
물줄기 속에서
내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말하지 않은 문장들이
한 글자씩 피부를 긁어냈다.
“너는 껍데기야.”
“살아 있는 건 내가 쪽이야.”
조명이 깜빡일 때
그는 거울을 두드렸다.
내가 두드린 적 없는 힘으로.
유리가 벌어졌고
갈라진 틈 사이로
검은 손가락이 밀려 나왔다.
차갑고 축축한,
하지만 나의 온도와 똑같은 손가락.
나는 뒷걸음쳤다.
그는 앞으로 걸어왔다.
유리 밖으로,
바닥 위로,
내 발 앞까지.
그는 내 얼굴을 만졌다.
마치 내 오래된 사진을
확인하듯 천천히.
그리고 속삭였다.
“드디어 자리가 바뀌겠네.”
몸이 굳었다.
혀가 굳었다.
말을 삼키는 동안
그는 내 이름을 가져갔다.
내 이름이
그의 입안에서 씹히는 소리가 났다.
눈을 감았고
다시 떴을 때
나는 거울 안에 있었다.
그는 밖에 있었다.
그는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두드렸다.
유리가 깨지지 않았다.
그의 미소만
서서히 나의 표정을 완전히 빼앗아 갔다.
새벽이 오자
그는 내 목소리로 말했다.
“잘 자. 이제 네 차례는 끝났어.”
나는 그 말이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걸
거울 안의 어두운 침묵이
대답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