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림자가 하나만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빛 아래 서면 분명히 내 발 밑에는
12개의 그림자가 겹쳐 있었다.
각기 다른 방향, 각기 다른 밀도.
어떤 그림자는 나보다 먼저 움직였고,
어떤 그림자는 끝내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그림자는 원래 주인을 배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그림자가 아니라
시선이 나를 배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9개였다.
모두 사람의 눈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전혀 같지 않았다.
첫 번째 시선은 나를 기억 속의 나로 보았다.
두 번째 시선은 내가 결코 되지 못한 모습으로
나를 재단했다.
세 번째 시선은 나를 죄인으로,
네 번째 시선은 구경거리로,
다섯 번째 시선은 이미 사라진 사람처럼 보았다.
여섯 번째 시선은 나를 보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생긴 공백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곱 번째 시선 앞에서 나는 설명하려 애썼고,
여덟 번째 시선 앞에서는 침묵했고,
아홉 번째 시선 앞에서는---
나조차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상한 점은, 아홉 개의 시선이 나를 바라볼수록
내 그림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시선 하나가 그림자 하나를 낳는 것이 아니라,
의심 하나가,
후회 하나가,
왜곡 하나가 그림자가 되어 늘어났다.
그래서 열두 개가 되었다.
나는 어느 것이 진짜 나의 그림자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떤 그림자는 내 생각보다 잔인했고,
어떤 그림자는
내가 애써 감춰온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그림자는
내가 절대 말하지 않았던 선택을
대신 기억하고 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림자들이 서로를 부정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저건 네가 아니야."
"네가 저렇게 생각했을 리 없어."
"네가 그렇게까지 나약했을까?"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호러의 중심에는 괴물도, 사건도 없다는 것을.
시선이 많아질수록 나는 분해되었고,
그림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하나로 남을 수 없었다.
사람은 보이는 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방식만큼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시선이 서로 충돌할 때,
우리는 살아 있는 채로 여러 조각으로 나뉜다.
지금도 가끔 불이 켜진 방에서
내 발밑을 내려다본다.
그림자의 수를 세는 일은 이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이 중에서---
끝까지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가 과연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