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0 [소설] 존재하지 않는 달, 13월의 기록

by 윤지안


<시놉시스>

시간은 12개월로 끝나야 한다.
그러나 한 여자가 ‘13월 3일’에 찍힌 사진을 발견하면서,
세상은 조용히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노트북 속, 달력은 13월까지 존재하고,
메신저에는 존재하지 않는 날에 주고받은

대화가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엔 — 이미 죽은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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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록의 시작

2025년 12월 31일.
하은은 정리되지 않은 메일함을 뒤적이다가 한 통의 자동 백업 알림을 받았다.
“새로운 기록이 복원되었습니다 — 13월 폴더.”

13월?
눈을 찡그리며 폴더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날짜가 모두

‘13월 1일’, ‘13월 2일’, ‘13월 3일’로 표기된 사진들이 있었다.
그중 한 장 —

회색빛 도로 위에서 누군가 손을 흔드는 사진.
화면 한쪽 구석엔 분명히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날 자신은 병원에 있었다.
수술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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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병원의 시간

그녀는 수술 후 깨어난 다음날, 간호사가 말했다.
“하은 씨는 어젯밤에 잠깐 일어나셨다니까요.
창문 열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셨잖아요.”
“그럴 리가 없어요.

수술 끝나고 나서 계속 의식이 없었다고요.”
“아니에요. CCTV에도 찍혔어요.”

간호사가 보여준 화면 속,

하은은 하얀 병원복을 입은 채 복도를 걷고 있었다.
날짜는 2025년 13월 2일 새벽 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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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3월의 달력

퇴원 후, 그녀는 자신의 노트북을 켰다.
달력 앱에는 ‘13월’이 추가되어 있었다.
‘추가된 달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예를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스케줄 목록에 한 문장이 떠 있었다.
“13월 3일 — 너 자신을 지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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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간의 뒤편에서

그녀는 점점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거울 속의 얼굴은 조금씩 낯설어지고,

음성메시지에는 다른 목소리로 된

자신의 말이 남아 있었다.
“기억은 반복이야.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오류.
13월은, 그 오류가 되돌아오는 시간이지.”

하은은 일기를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문장.
“13월의 나는, 아직 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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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3월 3일

그날 밤, 하은은 다시 노트북을 켰다.
화면 중앙에는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영상이 있었다.
그녀가 거실로 나와 앉는 모습,

그리고 지금 이 순간 —
카메라를 응시하는 또 다른 ‘자신’.

그 ‘다른 하은’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같은 날에 도착했네.
이제 누가 진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순간, 화면이 끊겼다.
노트북 전원이 꺼지고, 시계의 날짜가 바뀌었다.

2025년 1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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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후 기록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하은은

2025년 12월 31일 이후의 모든 기록에서 사라졌다.
노트북의 시스템 로그에는

‘13월’이라는 폴더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메모리 백업 장치 속엔

마지막 파일 하나가 남아 있었다.

> “13월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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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존재하지 않는 시간, 13월의 기록〉
‘기억의 불연속’과 ‘존재의 복제’를 다루는

심리 호러입니다.
13월은 현실과 기억의 경계선에 생긴 ‘균열’이자,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자기 인식의 오류를 상징하지요.


주인공 하은은 실제로는 수술 중 사망했으며,
이후의 모든 기록 — 13월의 시간 — 은

그녀가 남긴 ‘자기의식의 잔향’입니다.
즉,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을 정리하려는

‘망각의 기록’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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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1. 제목 해설 —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역설


13월은 이 작품에서 단순한 가상의 달이 아니라,
시간이 실패한 자리,
기억이 현실을 대신하려 드는 구간
을 의미합니다.
달력 체계(12개월)

세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인간의 합의,
13월은 그 합의가 붕괴된 이후,
의식만이 혼자 남아 계속 재생되는 잔여 시간입니다.
즉, 제목 자체가 이미 결론을 암시합니다.
이 이야기는 “시간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시간이 끝난 뒤에도 남아버린 기록”이지요.


2. 구조 해설 — ‘기록 → 증거 → 삭제’의 순환


작품은 명확한 3단 구조를 가집니다.


1) 기록의 생성


자동 백업
사진
메신저 대화
달력 일정
일기
-> 모두 “객관적 증거처럼 보이는 개인 기록”


2) 기록의 배반


병원 CCTV
날짜가 13월로 표기됨
‘죽은 자신’과의 대화
다른 목소리의 음성메시지
-> 기록은 진실을 증명하지 않고,
오히려 현실을 부정하는 증거가 됩니다.


3) 기록의 소거


경찰 보고서에서의 삭제
시스템 로그에서의 부재
단 하나의 백업 파일만 잔존
-> 세계는 정상성을 회복하지만,
의미는 오직 독자만이 알고 있음.
이 구조는 전형적인 공포 서사가 아닌,
‘사후 존재 서사(post-existence narrative)’

에 가깝습니다.


3. 13월의 정체 — ‘사후 의식의 완충지대’


작품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것입니다.
하은은 이미 수술 중 사망했다.
13월은 죽음 직후,

의식이 현실을 놓지 못해 만들어낸 시간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단서들:
“그날 자신은 병원에 있었다. 수술실 안에서.”
병원에서 ‘의식이 없었어야 할 시간’에 활동.
‘너 자신을 지우는 날’이라는 일정.
“13월의 나는, 아직 네가 아니다.”
-> 즉,
12월 31일 = 생물학적 죽음
13월 = 의식이 죽음을 수용하기 전까지 머무는

임시 공간


이 13월은 천국도, 지옥도 아닙니다.
그저 ‘자기 인식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4. ‘다른 하은’의 의미 — 적이 아닌 관리자


중요한 점은
13월의 하은은 악의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은의 말:
“이제 누가 진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 말의 의미는:
하나는 육체적 자아,
하나는 기록 속 자아
그러나 둘 다 이미 ‘살아 있는 존재’는 아님.


즉, 다른 하은은:
시간을 넘나드는 도플갱어도,
정신 분열도 아닌,
죽음을 받아들인 이후의 자아.


그래서 그녀는 말합니다.
“드디어 같은 날에 도착했네.”
-> ‘같은 날’이란, 죽음을 인식한 순간입니다.


5. “너 자신을 지우는 날”의 진짜 의미


이 문장은 자살이나 물리적 소멸이 아닙니다.
여기서 ‘지운다’는 것은:
육체도, 기억도 아닌,
“나라는 주체가 계속 존재해야 한다는 집착”을
지우는 행위입니다.


즉,
13월 3일은 죽는 날이 아니라,
죽었음을 인정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13월 4일이 존재합니다.
13월 3일 -> 자기 인식의 종료
13월 4일 -> 의미 없는 날짜
이후 모든 기록에서 하은은 사라짐.


6. 마지막 문장의 해석 — 이 작품의 핵심 문장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다.”


이 문장은 다음을 말합니다.


'인간은 실제 시간보다
기억 속 시간에 더 오래 산다.'
상실, 후회, 미처 끝내지 못한 말들
죽음 이후가 아니라
죽음을 받아들이기 전의 망설임.


이 작품의 공포는
유령도, 살인도, 초자연적 현상도 아닙니다.

대신,
‘의식이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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