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

by 윤지안


처음부터 확신은 없었다.

다만 네가 말할 때
숨이 아주 조금 느려지는 걸 알았고,
네가 웃지 않을 때
방 안의 공기가 어딘가 어긋난다는 걸 알았을 뿐이다.

사랑은 늘 큰 사건처럼 시작될 거라 생각했었다.
번쩍이는 장면이나, 이유가 분명한 감정처럼.

하지만 너는 아무 일도 아닌 얼굴로
내 하루에 들어왔다.
안부를 묻고, 같은 문장을 두 번 말하고,
각자의 커피가 식는 속도를 잠시 나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네가 없는 저녁이 설명되지 않았다.
특별히 그리운 것도 아닌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괜히 길어졌고,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 하며
‘별일은 없지’라는 말을 연습하고 있었다.

사랑이란 건 아마 이런 거였을 것이다.
행복해서라기보다는
네가 없을 때 내가 조금 덜 나답게 되는 상태.
기쁨보다 먼저 불안이 줄어드는 일,
외로움이 설명 없이 자리를 비워주는 일.

너는 내 삶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깊이 스며들었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온기가
어느새 나를 지켜주고 있었으니까.

함께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더 선명해지는 감정이 있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오늘은 좀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마음.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 말을 건넬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하루가 버텨졌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랑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네가 있어서
내 하루가 조금 덜 흔들리고,
내 마음이 조금 덜 외롭다면,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말해도 되는 것.
확신처럼 들리지 않아도 괜찮은 것.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