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그리움은, 잿빛으로 남는다.
《잿빛 나비》
서문 ― 그리움은, 잿빛으로 남는다
어떤 상실은, 말 대신 침묵으로 기억된다.
마치 겨울 끝자락, 바람 사이로 흩어지는 숨결처럼.
이야기는 그 침묵 속에서 시작되었다.
한 사람은 세상의 소음을 피해 조용히 무너졌고,
다른 한 사람은 멀리서 그 무너짐을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남아, 그 자리를 매일같이 걸었다.
《잿빛 나비》는
잊으려는 사람과 잊지 못하는 사람이
조용히 서로를 감싸 안으며
다시 살아내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특별한 사건 없이 흐른다.
고요한 풍경들, 조용한 대화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눈물과
작은 손짓 하나에도 흔들리는 마음이 전부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살아낸 나날들도 그렇지 않았던가.
거창한 전환 대신,
가장 조용한 순간들이 우리를 바꿔놓았던.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당신의 하루에도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조용한 시간들 위에,
한 마리 잿빛 나비가 날아드는 것처럼.
그리고 언젠가,
그 나비가 다시 봄을 데려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