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데리고 나는 법

by 윤지안


빛은 늘 먼저 도착한다.
아직 내가 무엇을 느낄지 결정하기도 전에,
빛은 표면을 스치며 사물의 윤곽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 순간,
어김없이 그림자가 생긴다.
빛이 있다는 증거처럼.

나비는 빛을 따른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가끔,
나비가 그림자를 통과해 날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얇은 날개로 밝음만을 고집하지 않고,
잠깐의 어둠에도 몸을 맡길 줄 아는 것.
그래서 나비의 비행은 늘 불안정해 보이면서도
어쩐지 용기처럼 느껴진다.

그림자는 머무르지 않는다.
붙잡으려 하면 흐려지고, 외면하면 더 또렷해진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깊어지고,
그 깊이 속에서 우리는 자주 자신을 발견한다.
말하지 못한 마음, 지나간 선택,
차마 밝히지 못했던 진심 같은 것들.

나비가 빛에 닿는 순간,
그 그림자는 잠시 바닥에 내려앉는다.
아주 작고 연약한 형태로.
마치 "여기까지는 함께 왔다"라고 말하듯.
그 짧은 동행이 끝나면
나비는 다시 흔들리며 날아가고,
그림자는 남아 조용히 사라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나비에 가깝다.
완전한 빛도, 완전한 어둠도 아닌 채
그 사이를 헤매며 살아간다.
빛을 향해 날아가면서도 자신의 그림자를 끌어안고.

그리고 그 사실이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림자가 있다는 건
내가 아직 빛 속에 있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