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를 건너는 법

by 윤지안


우리는 종종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다고 믿는다.
같은 분노를 공유하고, 같은 희망을 말하며,
같은 문장을 리트윗 한다.
그때 우리는 그것을 연대라고 부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연대는 손을 잡을 만큼 단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막 위에 떠 있는 물처럼,
멀리서는 분명 존재하지만
한 발짝만 더 가면 사라져 버린다.

신기루연대는 이해보다 빠르고,
책임보다 가볍다.
함께 분노하지만 끝까지 남지는 않고,
같이 울어주지만 내일의 일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서로의 고통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히 착한 사람이 된 것처럼 안도한다.

그래서 신기루연대는 따뜻하다.
그러나 그 온도는 체온이 아니라
화면의 발열에 가깝다.
전원을 끄면,
모두 각자의 삶으로 흩어진다.
그렇다고 이 연대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신기루라도 없었다면
우리는 아예 같은 방향을 바라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사막에서 신기루는
갈증의 증거이기도 하니까.

문제는 우리가
신기루를 오아시스로 착각할 때다.
함께 있다는 느낌에 취해
아무도 실제로 물을 길러 가지 않을 때,
아무도 먼저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때,
그 연대는 결국 아무도 살리지 못한다.

진짜 연대는
덜 화려하고, 훨씬 피곤하다.
말보다 행동이 늦고,
박수보다 침묵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진다.

나는 요즘 연대를 쉽게 말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묻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

신기루를 보는 일보다
우물을 파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