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by 윤지안


우리는 너무 자주 "괜찮아?"라는 질문을 받고,
너무 쉽게 "괜찮아"라고 대답한다.
그 말이 사실 이어서라기보다는,
그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대답이 없어서.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설명이 필요해지고,
설명을 시작하면

마음의 가장 안쪽까지 꺼내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괜찮은 척을 연습한다.

하지만 가끔은 그 연습이 너무 길어져서, '
정말 괜찮은 상태가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린다.
웃고, 일하고, 약속을 지키고,
하루를 무사히 끝내면서도 마음 한켠은 계속 젖어 있다.

이유를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불안,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
아무 일도 없었는데 무너지는 저녁.
그런 날들이 쌓이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지만 그 질문 속에는 이미 답이 들어 있다.
괜찮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허락에 가깝다.
지금의 나를 고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당장 밝아지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우리는 늘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산다.
슬픔은 극복의 대상이 되고,
우울은 관리해야 할 상태가 되며,
흔들림은 빨리 정리해야 할 문제로 취급된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빠르게 처리되지 않는다.
마음에는 처리 속도가 있고,
각자의 계절이 있다.

괜찮지 않은 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간다.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메시지에 답장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 평범한 행동들 속에 사실은 대단한 힘이 숨어 있다.
무너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하루를 통과해 냈다는 사실.
아무도 박수쳐주지 않지만,
그 하루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괜찮지 않음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
"나는 지금 힘들어." 이 한 문장은 약함의 선언이 아니라,
상태 보고서다.
오늘의 나는 이렇다고,
지금의 마음은 이 정도라고 적어두는 것.

그 기록이 쌓이면
언젠가 우리는 알게 된다.
이 시간도 지나갔고,
그때의 나도 결국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괜찮아지지 않아도 된다.
당장 웃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춘 회복은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스스로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괜찮지 않은 나를 몰아붙이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것.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면 충분해."라고 말해주는 것.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이 말은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는 약속이 아니다.
다만,
지금의 나도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그 선언 하나면,
오늘을 견디기에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