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언제나 도망치듯 나타난다.
손바닥에 내려앉을 듯하다가도,
숨을 들이쉬는 순간 다시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그래서 나는 나비를 믿지 않는다.
믿음은 붙잡는 일인데,
나비는 붙잡히지 않는 것들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늘 나비를 따라간다.
날개의 비늘 같은 빛이 햇살을 긁고 지나갈 때,
오늘의 생각들은 어제의 무게를 잠시 잊는다.
가벼움이란,
떠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눈물은 가장 솔직한 물이다.
말로 하지 못한 문장들이 물방울이 되어 떨어질 때,
얼굴은 잠시 진실의 표면이 된다.
눈물은 아픔만이 아니라 남아 있음의 증거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아직 감각이 살아 있다는 작은 증명.
떨어지며 둥글게 맺힌 그 순간,
세상은 한 번 더 또렷해진다.
눈물은 시야를 흐리게 하지만, 마음의 초점을 맞춘다.
떨어지는 별은 약속의 형태를 하고 있다.
보이는 순간 사라지지만,
그래서 더 믿고 싶어진다.
밤하늘을 긁고 내려오는 짧은 선—
그 선 위에 우리는 소망을 얹는다.
실현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바람을 건네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람을 비는 그 찰나에,
내일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별은 실패한 소원들이 아니라,
잠시 빛났던 용기들이다.
어쩌면 나비와 눈물과 별은
같은 문장의 다른 단어들 일지 모른다.
나비는 떠남의 아름다움,
눈물은 머묾의 진실,
별은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
우리는 이 셋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산다.
붙잡지 못해도 바라보고,
흘러도 남기고, 사라져도 빌면서.
오늘 밤, 창문을 조금 열어두자.
어딘가에서 나비가 지나갈지도 모르고,
이유 없는 눈물이 한 방울 맺힐지도 모른다.
혹은 아주 잠깐,
하늘이 스스로의 비밀을 긋고 내려올지도.
그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감각을 켜둔다.
사라지는 것들에 반응하는 능력,
그것이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