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빈자리, 별의 방향

by 윤지안


나비는 언제나 가장 가벼운 방식으로 계절을 통과한다.
그 날개는 바람을 밀어내지 않고,
그저 스며들며 방향을 바꾼다.

나는 가끔 그 얇은 날갯짓을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내리는 결정들도 저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히, 공기를 흔들어 놓는 존재.

한낮의 빛 아래에서 나비는 색을 드러내고,
저녁이 오면 그 색은 천천히 접힌다.
별이 떠오르기 전, 하늘은 잠시 물에 젖은 종이처럼 번진다.
그 위로 달이 걸려 있다.

달은 언제나 조금 부족한 얼굴로 나타난다.
완전한 원이 되는 날보다,
어딘가 비어 있는 날이 더 많다.
어쩌면 우리는 그 결핍 속에서 더 오래 빛나는지도 모른다.

별은 너무 멀어서 따뜻함을 주지 못하지만,
대신 방향을 준다.
어린 시절,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모든 것이 나보다 거대하고 영원해 보였다.
그 아래에서 나는 아주 작은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거대한 어둠 속에서는

오히려 허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은 기억을 붙잡지 않는다.
손을 담그면 차가움이 스치고, 곧 흘러가 버린다.
같은 자리에 다시 손을 넣어도,

그 물은 더 이상 같은 물이 아니다.

나비의 날갯짓도, 별빛도,
달의 그림자도 모두 물 위에 잠시 흔들리다 사라진다.
그 사라짐 덕분에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어느 밤, 강가에 앉아 있었다.
달빛이 물 위에 부서져 작은 은빛 조각들로 흩어졌다.
별은 강물에 빠진 듯 반짝이고,
나비 대신 밤나방이 조용히 어둠을 가르며 날았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눈으로는 볼 수 있지만 손으로는 잡을 수 없는 것들.
그래서 더 선명한 것들.

삶은 어쩌면 나비처럼 가볍게, 별처럼 멀리,
달처럼 불완전하게,

물처럼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붙잡으려 할수록 부서지고,
흘려보낼수록 또 다른 빛으로 돌아오는 것들.

나는 오늘도 작은 날갯짓 하나를 마음에 심는다.
밤이 오면 별을 헤아리고,
달의 빈 부분을 쓰다듬고,

흐르는 물에 나의 그림자를 잠시 맡긴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