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늘 세계의 가장자리에서 날갯짓한다.
한 번도 중심에 선 적 없으면서,
가장 먼저 빛을 받아내는 존재처럼.
어느 오후,
나는 창문을 반쯤 열어두고 있었다.
겨울이 끝나지 않은 공기 속에서
계절을 착각한 나비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얇은 날개가 공기를 자르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그 미세한 떨림은 분명 내 심장 어디쯤을 스쳤다.
그 순간, 시간이 멈췄다.
정확히 말하면,
세상이 나를 두고 잠시 숨을 고른 것 같았다.
시계 초침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것은 단지 금속이 반복하는 습관일 뿐,
내 안의 시간은 얇은 유리병 속에 담긴 것처럼
정지해 있었다.
나비는 커튼 위에 내려앉았다.
빛을 통과한 날개는 투명에 가까웠다.
흰색도, 노란색도 아닌,
어떤 감정의 가장 연한 부분처럼.
나는 그 날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계란, 거대한 것이 아니라
이토록 가벼운 것으로도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세계를 거창하게 말한다.
전쟁, 역사, 도시, 지도 위의 경계선들.
그러나 진짜 세계는 어쩌면
이 방 안에 잠시 들어왔다가 나갈 준비를 하는
작은 생명의 체온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나비가 날갯짓을 할 때마다
공기 속의 먼지들이 미세하게 반짝였다.
빛은 그 위에 얹혀 있었다.
나는 그 반짝임 속에서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던 세계의 속살을
본 것 같았다.
멈춰진 시간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바깥의 소음은 희미해지고,
휴대폰의 알림도,
해야 할 일들의 목록도
잠시 나를 잊은 듯 조용해졌다.
그 틈에서 나는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멈춰야만
세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비는 창틀로 옮겨갔다.
유리 너머의 하늘은 아직 차가웠다.
그 작은 몸이 견디기엔 버거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나비는 망설이지 않았다.
나는 그 등을 바라보며
이상한 예감을 느꼈다.
이 장면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그래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세계는 늘 사라짐으로 완성된다.
꽃은 지고, 계절은 지나가고,
사람은 떠난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멈춰진 시간이 한 겹 남는다.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멈춰 있는 순간을 견디는 일이었다는 걸.
멈춰진 시간 속에서는
변명도,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오직 나와 세계가 맨몸으로 마주 서 있을 뿐이다.
나비는 결국 밖으로 날아갔다.
창문을 통과하는 그 ㅊ팔나,
날개는 빛을 한 번 더 머금었다.
그 장면은 아주 짧았지만,
그 이후로 내 안의 어떤 시간은
영원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나는 여전히 바쁘게 살아가고,
세계는 거대한 속도로 회전하지만,
가끔 창문을 열어두면
그 오후의 공기가 다시 스며든다.
멈춰진 시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여
나를 덜 흔들리게 만드는 춤이 된다.
그리고 나는 안다.
세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내려앉았다가
조용히 날아가는
한 마리 나비의 무게만큼이라는 것을.
그 가벼움이
이토록 깊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