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나비처럼 온다

by 윤지안


슬픔은
대개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는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예고장도 없이
어느 날 창문 틈 사이로
조용히 들어온다.

마치
한 마리 나비처럼.

우리는 흔히
슬픔을 무거운 돌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가슴을 짓누르고
숨을 막히게 하는 것.

하지만 어떤 슬픔은
돌이 아니라
날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느 날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순간이 있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괜히 창밖을 오래 바라보게 되고,
익숙한 노래가
낯설게 들리기도 한다.

그럴 때
아마 슬픔은 이미
우리 어깨 어딘가에
가만히 내려앉아 있을 것이다.

나비는
붙잡으려 하면 달아난다.

손을 뻗는 순간
조금 더 멀리 날아가고,
쫓아갈수록
더 잡히지 않는다.

슬픔도 비슷하다.
억지로 밀어내려고 하면
오히려 마음속에서
더 크게 날개를 퍼덕인다.

그래서 어떤 날은
그저 가만히 두는 편이 낫다.

슬픔이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날아갈 수 있도록.



사실
나비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잠깐 꽃 위에 내려앉았다가
또 다른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떠난다.

슬픔도 그렇다.
영원히 머물 것 같던 감정도
어느 날 문득
가볍게 떠나간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그래서 나는
슬픔이 찾아오는 날이면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아,
지금
내 마음에 나비 한 마리가
잠시 쉬고 있구나.

괜찮다.
날개를 다치게 할 필요도 없고,
억지로 쫓아낼 필요도 없다.

그저
조금 자리를 내어주면 된다.
잠시 머물다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 있도록.



슬픔은
우리를 망가뜨리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마음 어딘가에
아직
살아 있는
부드러운 곳이 있다는 걸
알려주러 오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괜히 마음이 조금
조용해진다면
그건 아마
어딘가에서 날아온
작은 슬픔의 나비가
잠시
당신의 마음에 내려앉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비가 그렇듯
그 슬픔도
언젠가는 다시
하늘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