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녹지 않은 눈물

by 윤지안


어떤 눈물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녹지 않는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늘 봄이 오는 풍경처럼만 설명된다.

마치 햇빛이 조금 더 길어지고
얼음이 조금씩 물로 돌아가듯
슬픔도 그렇게 사라질 거라고.

하지만 마음은 계절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내 안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물이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을 하고
평범한 하루를 걸어가면서도
어딘가 깊은 곳에서는
작은 얼음 조각 하나가
조용히 남아 있다.

그것은 아마
누군가를 너무 오래 사랑했던 마음일 수도 있고
끝내 건네지 못했던 말일 수도 있고
돌아오지 않는 어떤 시간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흔히
눈물은 흘러야 끝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눈물은
흘러내리지 못한 채
가슴속에 그대로 얼어붙는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이유 없이 조용해지고
별것 아닌 장면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서게 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늦은 오후,
아직 겨울이 조금 남아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천천히 날아왔다.

아직 봄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이른 날이었는데
그 나비는 마치
계절을 조금 먼저 알고 온 것처럼
느린 날갯짓으로
내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잠깐
내 앞의 마른 가지 위에 앉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금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아마 나비는
눈물의 반대편에서 오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애벌레가
어둡고 좁은 고치를 통과해야
날개를 얻듯이
사람의 마음도
어떤 슬픔을 오래 지나야
조금 더 가벼워지는 순간을 만난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직 녹지 않은 눈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그것은
마음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아직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는
작은 온기일지도 모른다.



나비는 다시
천천히 날아올랐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저녁빛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알게 되었다.
눈물은
언젠가 녹는다.

하지만 그 순간은
우리가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나비처럼 조용히 찾아온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마음속 작은 얼음을
억지로 깨뜨리지 않기로 했다.

그저
그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한 마리 나비를 상상하며
천천히 하루를 건너가 보기로 했다.

어쩌면
눈물이 녹는 날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찾아올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