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늘 끝에서 시작한다.
세상의 가장 얇은 경계,
부서질 듯 투명한 가장자리에서
가볍게 날개를 펼친다.
사람들은 종종 끝을 두려워한다.
무언가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곳,
말이 닿지 못하고, 손이 미끄러지는 곳.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끝이란, 어쩌면
다른 감각으로만 열리는 입구일지도 모른다고.
세계의 끝에 서면
소리는 먼저 사라진다.
남는 것은 바람의 결,
피부 위로 스며드는 공기의 미세한 떨림.
그때, 나비 한 마리가
아무렇지 않게 그 경계를 건넌다.
그 작은 몸에는
끝이라는 개념이 없다.
오직 방향과 빛,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온도만이 있을 뿐.
우리는 너무 많은 이름을 붙인다.
종말, 단절, 마지막.
그러나 나비는 묻지 않는다.
이곳이 어디의 끝인지,
저 너머가 무엇의 시작인지.
그저
날아간다.
어쩌면 세계의 끝은
거대한 벽이 아니라
한 번 더 날아볼 용기가 필요한
아주 얇은 공기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가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날에
눈을 감고 상상한다.
빛이 희미해진 자리,
말들이 조용히 가라앉은 자리,
그 가장자리 위에
한 마리 나비가 앉아 있는 장면을.
그리고
다시 날아오르는 순간을.
그 장면 속에서
끝은 더 이상 끝이 아니다.
그저,
다음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는
아주 짧은 망설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