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지 않는 것과 머무르지 않는 것 사이에서

by 윤지안


아침의 물은 아직 이름이 없다.
창가에 맺힌 작은 물방울 하나가
세상을 전부 품은 것처럼 빛난다.

그 안에는 뒤집힌 하늘과,
아직 깨지지 않은 하루가 들어 있다.

나는 손끝으로 그것을 건드리지 않는다.

세계는 너무 쉽게 흔들리고,
우리는 종종 그것을 만지는 방식으로 망가뜨리니까.


그때, 아주 가벼운 색이 지나간다.
나비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한 마리의 나비가
공기의 가장 얇은 결 위를 건너간다.

나비는 물 위에 앉지 않는다.
닿을 듯 말 듯,
세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맴돈다.

그 거리가 아름다움의 조건이라는 걸
나비는 알고 있는 것처럼.

나는 문득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자주 세계를 소유하려 한다고.
물처럼 흐르기보다는,
붙잡고 가두고 이름 붙이려 한다고.

하지만 세계는,
나비의 날개처럼 가벼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려 하면 흩어지고,
쥐려 하면 사라진다.

그래서일까,
물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나비는 계속해서 떠다닌다.

어느 것도 머무르지 않으면서,
이상하게도 모든 것을 이루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 서 있다.
흐르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보는 존재로.


그러나 가끔은 알 것 같다.
세계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가만한 감각일지도 모른다는 걸.

물이 스스로의 형태를 버릴 때
더 넓어지는 것처럼,
나비가 가볍게 날아오를 때
더 멀어지는 것처럼,
우리 역시
조금 덜 붙잡고,
조금 더 흘러가도 괜찮다는 것.

그때서야 비로소,
세계는
우리 안에 조용히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