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은 늘 조금 늦게 온다.
이미 한 번쯤 무너지고,
손에 쥔 것들을 몇 개쯤 놓친 뒤에야
비로소 입 안에서 천천히 굴러가는 문장.
그래서 그 말은 가볍지 않다.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있었던 모든 일들을 지나왔다는 증거에 가깝다.
한때는 괜찮지 않은 순간들이 너무 선명해서
눈을 감아도 자꾸만 재생되곤 했다.
지나간 장면들이
필요 이상으로 또렷하게 남아서,
마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계속 마음을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친절하지 않아서,
무언가를 지워주기보다는
그저 조금씩 덜 선명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러니까 괜찮아졌다는 건
완전히 잊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는 그 장면을
끝까지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문득 비슷한 공기가 스칠 때,
익숙한 온도의 기억이 올라와도
예전처럼 숨이 막히지는 않는다.
그저 잠깐 멈춰 서서
그때의 나를 떠올릴 뿐이다.
아, 그런 날도 있었지.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괜찮아졌다는 건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계속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떤 날의 나는
여전히 조용히 무너질 수도 있고,
이유 없이 마음이 젖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고 있다.
그 밤을 지나왔다는 것.
그 시간을 견뎌냈다는 것.
괜찮지 않았던 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지금의 나를 조용히 인정하는 말.
아직 완벽하지 않아도,
아직 흔들려도,
지금 이 정도라면 충분히 괜찮다고.
그리고 그 말은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밤에
혼지서 조용히 꺼내보는
작은 확신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