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닿지 못하는 빛의 자리

by 윤지안


달빛이 바다 위에 흩어지던 밤이었다.
윤슬은 부서지는 은가루처럼 출렁였고,
그 위로 바람은 아주 천천히,
누군가의 숨처럼 미끄러졌다.

고양이는 방파제 끝에 앉아 있었다.
검은 털은 밤과 구분이 되지 않았고,
눈동자만이 달을 받아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그 안에
또 다른 바다가 있는 것처럼.

그때, 나비가 날아왔다.
밤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지만,
그 작은 날갯짓은 기묘하게도
이 풍경과 어긋나지 않았다.
달빛을 머금은 날개는 투명했고,
윤슬 위를 스칠 때마다
빛이 살짝 늦게 따라왔다.

"길을 잃은 거야?"

고양이가 물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파도보다도 느렸다.

나비는 대답하지 않고 고양이 앞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러곤 아주 가볍게,
고양이의 코끝 위에 내려앉았다.

"아니면."
고양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찾고 있는 게 있는 거겠지."

그 순간, 파도가 조금 더 가까이 밀려왔다.
윤슬이 흔들리며 둘의 그림자를 부서뜨렸다.
나비의 날개가 미세하게 떨렸다.
고양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이 장면이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나는 늘 여기 있어."
고양이가 말했다.
"달이 오르면 바다가 빛나고...
그 위를 보고 있지."

나비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나는 계속 떠돌아."
목소리는 너무 가벼워서,
바람이 아니면 잡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빛을 따라, 흔들리는 것들을 따라."

고양이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바다 위의 윤슬을 바라보았다.

"그럼 넌."
"닿지 못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나비는 대답 대신 날개를 한 번 펼쳤다.
달빛이 그 위에서 미끄러졌다.
잡히지 않는 빛이,
잠시 머무는 척을 하다가 다시 흩어졌다.

"너는?"
나비가 물었다.

고양이는 웃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나는... 닿을 수 없는 걸 지켜보는 게 좋아."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파도는 조금 더 가까워졌고,
윤슬은 더 잘게 부서졌다.


나비는 천천히 날아올랐다.
고양이의 시선이 따라왔다.

"그럼 우리는."
나비가 말했다.
"같은 걸 좋아하는 걸까, 다른 걸 좋아하는 걸까."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미세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나비는 방파제를 벗어나 바다 위로 나아갔다.
달빛과 윤슬 사이를 헤집으며,
마치 그 틈에 같이 있는 것처럼.

고양이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담긴 나비는 점점 작아졌고,
결국 윤슬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그때였다.

달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윤슬이 아닌, 하늘의 달이.

고양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사라진 줄 알았던 나비가,
이번에는 달 가까이에서 날고 있었다.

그 작은 날갯짓이 달을 스치자,
빛이 한 번 더 부서져 바다로 쏟아졌다.

윤슬이 더 깊어졌다.
마치 방금 전보다,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품게 된 것처럼.

고양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닿지 못하는 것들이
이 밤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