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변주되는 봄

by 윤지안


벚꽃은 늘 같은 자리에서 피는데,
그 아래의 우리는 매번 다른 얼굴로 서 있다.

맑은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투명함으로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어제의 걱정은 색이 옅어지고,
오늘의 마음은 조금 더 가볍게 흔들린다.

벚꽃은 단정한 약속처럼 피어 있지만
그 빛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꽃잎은 미세하게 다른 각도로 빛나고,
그 순간마다 전혀 다른 봄이 된다.

그것은 하나의 계절이 아니라
수없이 변주되는 감정의 연주다.

어떤 날의 벚꽃은
잊고 있던 이름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날의 벚꽃은
굳이 붙잡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조용히 흘려보내게 한다.

맑은 하늘은 그 위에 펼쳐진 악보처럼
비어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리는 그 위에
기억을 얹고,
감정을 얹고,
때로는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까지 올려놓는다.

그래서 봄은 늘 반복되지만
결고 같지 않다.

벚꽃이 흩날릴 때마다
우리는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변하는 것은 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을.

맑은 하늘 아래,
벚꽃은 오늘도 조용히 변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