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내려앉은 밤의 숨결

by 윤지안


밤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누군가의 하루가 끝났다는 신호도 없이,
그저 스며들듯, 공기 사이로 번져온다.

창가에 걸린 달은
오늘도 아무 말 없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빛은 차갑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다.
그 빛 아래서만 드러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흐르는 물 곁에 앉아 있다.
물은 멈추지 않는다.
어떤 기억도 붙잡지 않고,
어떤 감정도 오래 머물게 하지 않는다.
그저, 흘려보낸다.

그 위를 스치는 작은 그림자 하나.
나비다.

밤에도 나비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스치지만
그것은 이미 날고 있다.
달빛을 더듬듯, 물 위를 가볍게 건너며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 모습이 어쩐지,
지금의 나와 닮아 있다.


조금 떨어진 곳,
고양이 한 마리가 물가에 앉아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바라본다.
흐르는 물을,
흐르는 빛을,
흐르는 시간 같은 이 밤을.

고양이는 아는 것 같다.
붙잡으려는 순간,
모든 것이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걸.

그래서일까.
그 눈에는 어떤 조급함도 없다.
그저 흘러가는 것들을
흘러가게 두는 태도가 있다.

나는 손을 물에 담근다.
차가운 감각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순간,
이 밤이 아주 잠깐 내 것이 된다.

하지만 곧,
물은 다시 흘러가고
나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양이는 다른 어둠 속으로 걸어간다.


달만이 남는다.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일 조금씩 다른 얼굴로 떠오르는 존재.

어쩌면 우리도 그렇겠지.
흐르는 것들 속에서
잠시 머무는 빛으로.

그래서 이 밤은,
완전히 내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지금 이 순간만
조용히 스며들어도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