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 대신, 아주 희미하게-
어딘가에서 나를 알고 있다는 듯한 기척으로 다가온다.
벚꽃은 그 기척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아직 완전히 피어나지도 않은 채
연분홍의 망설임으로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가,
바람이 한 번 스치면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흩어진다.
그 흩어짐 속에서,
나는 문득 "내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린다.
햇빛은 따뜻하지만
어딘가 아직 겨울의 결을 품고 있어서,
손등 위에 내려앉는 감촉이 낯설다.
그 위를 스치는 나비 한 마리.
아주 가벼운 날갯짓인데도
그 존재는 이상할 만큼 또렷해서,
마치 누군가의 속삭임처럼 느껴진다.
'너를 부르고 있어.'
사람은 종종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타인이 붙여준 역할들,
지워지지 않는 기대들,
혹은 너무 오래 반복된 하루들 속에서
진짜 '나'의 이름은
조용히 밀려나고 만다.
그래서일까.
이 계절은 유난히 잔인하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부드러워서,
그래서 더 선명하게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을 되돌려 놓는다.
벚꽃 잎 하나가
어깨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나는 그것을 털어내지 않고
잠시 그대로 둔다.
그건 마치
누군가가 내 이름을 다시 적어준 것 같아서.
조용히,
아주 조심스럽게.
나비는 이미 떠났고,
꽃은 계속 떨어지고,
바람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지나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
아주 조금,
아주 미세하게-
내 안에서
무언가가 다시 불려졌기 때문이다.
봄은
결코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흩어지는 것들 사이에서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나의 이름을
다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