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일기

by 윤지안


[3월 12일]
거울이 조금 이상하다.
비친 얼굴이 분명 나인데, 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도현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그건 기억인가? 아니면… 바람의 장난?


[3월 14일]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꾼다.
문이 있고, 그 너머에 도현이 있다.
하지만 내가 손을 뻗는 순간,

그는 사라지고 나는 수없이 갈라진다.

그중 하나는 울고, 하나는 웃는다.

하나는… 나를 모른다.


[3월 17일]
선택의 순간이 오고 있다.
모든 유리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누구의 삶을 대신 살아야 할까.

내가 만든 고통을, 다시 나에게 안겨도 괜찮을까?


[3월 20일]

문을 열었다. 도현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날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의 심장이 아닌,

나의 심장이 더 크게 떨리고 있었다.


[3월 22일]
나는 이 심장을 선택했다.

끝내 그는 사라졌지만,

나는 그를 기억하는 이 세계에 남기로 했다.

모든 선택의 끝에서, 내가 나로 존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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