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해진 하늘 아래,
바람이 살며시 귓가를 스쳐 갈 때면
어디선가 은은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자,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몽환적인 향기가 감도는 공기 속에서,
한 마리 보랏빛 나비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기억하나요?"
그 작은 속삭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대체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 걸까?
나비의 날갯짓은 마치 오래된 노래처럼
조용한 울림을 남겼다.
그 울림 속엔 잊어버렸던 기억들이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릴 적 한밤중의 정원, 반짝이던 별빛 아래에서
나는 혼자 앉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손끝에 닿을 듯한 꿈,
그리고 아직 닿지 못한 바람들이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바쁜 하루들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을 잊고 살아왔다.
하지만 보랏빛 나비는 잊지 않았다.
"네가 꿈꾸던 세계는 여전히 여기 있어."
그 말에 순간 울컥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나비를 바라보았다.
작은 몸짓으로 공중을 맴돌며,
나비는 나를 이끄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나비는 망설임 없이 내 손끝에 내려앉았다. 온기가 전해졌다.
나비의 날개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지나간 계절, 눈부셨던 순간,
그리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꿈들.
그것들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저 마음 깊은 곳에 고이 접어두었을 뿐이었다.
"이제 다시 펼쳐볼래?"
보랏빛 나비는 그렇게 묻고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나비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뒤를 따라 나도 한 걸음 내디뎠다.
어디로 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두렵지 않았다.
보랏빛 나비의 속삭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람에 실려,
내 가슴 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